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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개구쟁이 ADHD증상 아닐까?”

중앙일보

입력

타고난 ‘개구쟁이’일까, 치료 받아야 할 ‘뇌 기능 장애’일까.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공부시간에 두리번거리며, 충동적이며, 눈물이 쏙 빠지게 야단맞고도 금방 ‘하지 말라’는 짓을 또 하는 개구쟁이 중에는 ‘주의력 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인 경우가 많다. 뇌에 미세한 손상이 생겨 나타나는 증상으로 전체 어린이의 4~8%에게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유전자·미세한 뇌 손상이 원인

전문의들은 뇌의 미세한 손상 또는 유전적 원인을 ADHD의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한다. 사람의 뇌에는 30억 개 이상의 뇌세포가 있다. 집중을 하거나 생각을 할 때는 뇌세포들 사이에 이어 달리기와 비슷한 반응이 일어난다.

이때 ‘바통’ 역할을 하는 것이 도파민·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 이다. 신경전달물질이 보통사람보다 너무 적게 분비되거나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면 집중력, 주의력,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대병원 조수철·김붕년 교수팀이 ADHD 어린이의 뇌 혈류량을 측정한 결과 ADHD 어린이의 60%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전달 기능이 보통 어린이들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들은 또 신경전달물질 전달에 이상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가 있다고 본다.

부모에게 ADHD 증세가 있다고 자식이 똑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력이 크게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가령 ADHD가 없는 보통 가족에서 ADHD 어린이가 태어날 확률은 3~5%에 불과하지만, ADHD 환자의 가족에서 또 ADHD가 나타날 확률은 25%나 된다.

◇약물치료

약물치료 받으면 1년 내 70%가 호전 ADHD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증상이 약할 때는 인지행동치료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약물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좀더 빠르고 확실하다.

병원에서 ADHD 어린이에게 처방하는 약은 뇌세포들의 이어 달리기에서 신경전달물질이 잘 전해지도록 도와주는 성분이다. 뇌세포가 분비간 신경전달물질(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은 받는 쪽 뇌세포에 재빨리 전달되지 않을 경우, 남은 분량이 도로 원래의 뇌세포에 흡수돼 버린다.

시판 중인 ADHD 치료제는 대부분 도파민이 원래의 뇌세포에 흡수되지 않도록 막는 제품이다.약물에 의존하게 될까봐 걱정하는 부모가 많지만 약이 개발된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중독 사례가 보고된 적은 거의 없다.

오히려 약물치료를 전혀 받지 않은 ADHD 어린이들이 치료를 받은 어린이들에 비해 성인이 된 뒤 마약·알코올 중독에 빠질 확률이 크다는 연구도 있다. 약물치료를 받은 ADHD 어린이의 70% 이상이 6개월~1년 안에 증상이 눈에 띄게 나아지며 약을 끊을 수 있게 된다.

◇조기 진단

ADHD 증상은 대개 5~7세에 처음 나타난다.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 지나치게 산만하다면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ADHD를 일으키는 유전자는 여자보다 남자에게 많아 ADHD 환자 4명 중 3명이 남자다. 같은 환자라도 남자는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여자는 주의력 결핍이 심하게 나타난다.

부모가 자꾸 꾸중하면 증상이 악화된다. 아이가 좀 부족하거나 반항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 뇌 기능이 남보다 약할 뿐이라는 것을 부모가 먼저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고 “애들이 다 그렇지”하고 만만하게 보아넘겨도 안된다.

내버려두면 학년이 올라 갈수록 성적이 떨어지고, 충동적인 행동 때문에 따돌림 당하기 쉽다. 어려서 치료할수록 증상이 빨리 나아진다. 단, 산만하다고 모두 ADHD는 아니다. 가정불화로 인한 불안이나 빈혈 때문에 ADHD와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는 아이도 많다. 멀쩡하던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 떄 갑자기 산만해졌다면 ADHD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http://choson.com. 2003. 3. 18)

출처) 유치연. 발달장애의 이해. 형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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