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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요구 다 거절당했다···이성윤 유임에 윤석열 "허, 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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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참….”

윤석열 검찰총장은 일요일인 7일 오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 검사(검사장)급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전격 발표한 직후 주변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인사 발표 직전까지 법무부로부터 어떠한 인사안도 전달받지 못해 황당하다는 취지였다. 박 장관은 첫 인사에서 그가 “내실 있게 듣겠다”던 윤 총장의 의견은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박범계 일요일 기습 인사로 또 '윤석열 패싱'

윤석열 직속 대검 참모진 교체 요구도 거부 

윤석열 검찰총장은 7일 법무부의 검사장급 검찰 고위간부 인사 발표 직전까지 관련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 사진은 윤 총장이 지난 1일 오전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 취임 인사차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김경록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7일 법무부의 검사장급 검찰 고위간부 인사 발표 직전까지 관련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 사진은 윤 총장이 지난 1일 오전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 취임 인사차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 청사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는 모습. 김경록 기자

윤 총장이 지난 2일,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박 장관과 회동하면서 전했던 요구는 크게 세 가지였다. ① 이성윤(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② 윤 총장 본인 징계에 앞장섰던 추미애 라인 대검찰청 참모진의 교체 ③ 대내외 잡음이 많았던 검찰 내 핵심 보직자 교체 등 이른바 ‘신상필벌’ 인사 원칙이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의 실질적 내용은 공석인 대검 기획조정부장 자리를 조종태(25기) 춘천지검장으로 채운 것을 빼면, 이정수(26기) 서울남부지검장과 심재철(27기) 법무부 검찰국장을 자리를 맞바꾸는 원포인트 인사였다.

박 장관은 인사 발표 전 “법대로 충실히 하겠다”며 관례상 비공개였던 검찰총장과의 회동 사실을 알리고 면담 사진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두 차례 인사 협의 때도 구체적인 인사안을 윤 총장에게 제시하진 않았다고 한다. “총장의 의견을 듣겠지만, 협의보다 좁게 해석한다”(지난 4일 국회 대정부질의)는 이유였다. 당시 법무부는 “장관은 배석자 없이 검찰총장으로부터 총장이 준비해 온 서면을 기초로 이번 인사에 관한 의견을 들은 후, 인사의 방향·범위 및 주요 인사에 대한 설명을 총장에게 구두로 전달했다”고 전했다. 인사안의 개요를 말로만 설명했다는 뜻이다.

법무부는 7일 대검 검사급(검사장) 간부 4명의 전보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첫 검찰 정기인사다.   이번 인사에 따라 심재철(사법연수원 27기)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정수(26기) 현 서울남부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조종태(25기) 현 춘천지검장은 공석이던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이동한다. 연합뉴스

법무부는 7일 대검 검사급(검사장) 간부 4명의 전보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 후 첫 검찰 정기인사다. 이번 인사에 따라 심재철(사법연수원 27기)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이정수(26기) 현 서울남부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조종태(25기) 현 춘천지검장은 공석이던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이동한다. 연합뉴스

검찰에선 당장 법무부와 검찰간 소통 수준이 ‘총장 패싱’ 논란을 불렀던 추미애 전 장관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박 장관은 후보자 시절엔 “공정하고 투명한 검찰 인사를 통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법률상 규정된 검찰총장의 의견 청취 절차를 내실 있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국회 서면질의답변서)며 여러 차례 ‘안정적 협조 관계’를 강조했었다. 그러나 실제론 인사안을 제시하며 총장의 의견을 듣는 쌍방향 의견 청취가 아니라, 총장의 의견을 듣되 인사 발표까지 사전 통보하지 않는 추미애식 일방통행을 재현했다는 것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사장급 인사를 일요일에 이런 식으로 불쑥 발표하는 건 처음 봤다”며 “지난달 평검사 인사 때와 달리 부임일을 이틀 남겨두고 기습적으로 이뤄진 데 대해 놀란 검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결국 靑 의중대로…"이성윤 쫓아내면 檢개혁 후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만나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지난 2일에 이은 두 번째 인사 관련 회동이었던 이날 박 장관은 윤 총장에게 구체적인 인사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법무부=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만나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지난 2일에 이은 두 번째 인사 관련 회동이었던 이날 박 장관은 윤 총장에게 구체적인 인사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법무부=연합뉴스]

이번 인사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이 청와대·여당의 의중이란 지적도 많다. 박 장관이 인사 방향을 “검찰개혁을 위한 인사여야 한다”(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고 예고한 당일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최고위원이 “이성윤 검사장을 쫓아내면 검찰개혁이 후퇴할 수 있다”고 공개 발언하기도 했다.

이에 한 검찰 간부는 “대통령의 뜻이 명확하니 박범계 장관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합심해 ‘추미애 시즌 2’로 간 것”이라고 논평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성윤 검사장은 물론 검찰총장 직속 대검 부장 인사도 윤 총장 뜻을 반영해주지 않은 건 ‘식물총장’으로 가만히 있다가 조용히 임기(오는 7월)를 마치고 떠나란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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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와 검찰의 공식 입장도 선명히 갈렸다. 법무부는 “인사에 관한 검찰총장 의견 청취 절차를 실질화하여 2차례에 걸쳐 검찰총장을 직접 만나 구체적인 의견을 듣고 취지를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지만, 대검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하준호·정유진·강광우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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