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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尹측, 박범계에 이성윤 교체 요구…靑, 유임 기류<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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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르면 이번주 단행될 검찰 핵심 간부 인사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윤 총장은 법무·검찰의 핵심 보직인 '빅 4'에 대해 '신상필벌' 인사를 요청한 데 대해 청와대가 박 장관을 통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친정부 핵심 간부 상당수를 유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당초 이번 주초로 예정된 박 장관과 윤 총장의 상견례 겸 인사 협의가 불발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윤 측, 총장 징계 가담자 문책 요청 #심재철·신성식·이종근 등 대상 거론 #청와대, 박 장관에 “검찰개혁 완성” #검찰 측 “윤 식물총장 묶어두기”

청와대·박범계 "검찰개혁 완성" 한목소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범계 신임 법무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범계 신임 법무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 장관은 주말 동안 검찰 간부 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정한 뒤 1~2일께 윤 총장을 만나 인사안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이날까지 인사 협의 날짜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총장 측은 앞서 박 장관 측에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휘하 검사 지휘통솔이나 기관 운영에서 잡음이 많았던 검찰 핵심 보직자에 대해 인사를 요구했다고 한다.

사실상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등 '빅 4'를 교체해달라는 뜻이다. 또 총장의 지휘를 따르지 않는 대검찰청 일부 참모진에 대한 교체 요구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등 자신의 참모들이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를 주도해 결과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 사과까지 하게 만든 데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다. 법원이 두 차례 추미애 전 장관의 검찰총장 직무정지 및 징계 청구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만큼 '식물총장'에서 벗어나 '친정체제'로 복귀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윤 총장의 이 같은 인사 요청에 대해 청와대는 지난 주말 사이 "권력기관 검찰의 개혁을 완성해야 한다"며 "검찰 내 개혁 주도 세력에 대해선 유임하겠다"는 인사 기조를 전달해왔다고 한다.

박 장관은 취임 당일 지난달 28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먼저 전달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공식 취임식을 1일로 연기한 뒤 코로나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를 방문한 뒤 행적이 묘연했다. 당일 오후 3시 50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일정을 마무리한 후 법무부로 복귀하지 않고 이후 비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이를 두고 박 장관이 청와대 관계자와 만나 검찰 인사를 논의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튿날 29일 오전 박 장관은 법무부 청사로 출근해 "주말까지 인사원칙 기준을 세울 것이고, 내달 초쯤 나름대로 제 인사의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윤 총장을) 만나 뵐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윤 총장과 인사 협의를 예고했다.

박 장관은 같은날 오후 임명장을 받으러 청와대를 직접 방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 장관에 임명장을 수여하며 "권력기관(검찰) 개혁은 끝난 게 아니다. 지속해서 더 발전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에 화답하듯 31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하며 "삼가 호국영령님들 도우사, 검찰개혁 이루겠습니다"라고 방명록에 적었다.

文 후배 이성윤, 본인 뜻대로 유임되나 

검찰 핵심 ‘빅4’ 등 秋라인 인사, 어떤 의혹 받고 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검찰 핵심 ‘빅4’ 등 秋라인 인사, 어떤 의혹 받고 있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박 장관이 청와대 뜻대로 따른다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까지 소위 '검찰 빅4' 인사는 유임하거나 또다른 친정부 라인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통상 1년 임기를 지난 이성윤 지검장은 지난해 8월 인사에서 유임된 데 이어 임기가 연장되는 셈이다. 이 지검장은 최근 채널A 사건 수사 관련 한동훈 검사장 무혐의 결재 뭉개기로 휘하 검사들의 지탄 대상이 된 데 이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 수사무마, 윤 총장 징계 관련 직권남용 의혹 등 검찰 수사 선상에도 올라 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선 "이성윤 지검장이 또 유임된다면 정권 관련 주요 수사를 모조리 틀어막고 뭉갠 공을 인정받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이 지검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검사장에 승진해 대검 반부패강력부장→법무부 검찰국장에 이어 '빅4' 중 세 자리를 연거푸 맡았다.

'尹 몰아내기' 주도한 핵심들 거취 주목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왼쪽)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연합뉴스]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왼쪽)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연합뉴스]

윤 총장 몰아내기에 가담한 대검 주요 참모진이 교체될지도 미지수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중 이종근 형사부장은 한겨레신문에 '이용구 법무부 차관 봐주기 기사'를 쓰도록 사실관계가 틀린 자료를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신 반부패강력부장은 채널A 사건 관련 KBS의 '한동훈 녹취록 오보' 취재원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으며 지난해 12월 윤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징계를 의결한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추미애 라인' 징계위원으로도 참여해 논란이 일었다. 이정현 공공수사부장도 윤 총장의 징계 사유 가운데 채널A 사건 수사방해 혐의와 관련 윤 총장에 불리한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에도 총장이 본인 참모진조차 개편하지 못하게 한다면 7월 24일까지 남은 5개월여의 임기를 식물총장으로 묶어두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윤 총장 징계 청구를 지휘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의 인사도 주목된다. 심 검찰국장은 윤 총장 직무정지의 주요 사유였던 대검의 '주요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을 제보하고, 윤 총장 징계 절차와 윤 총장 수사 의뢰 및 대검 압수수색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실제 징계위원회에 증인으로 참석하기도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성윤 지검장 유임 여부 검찰 '빅 4' 인사안에 대해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관계자도 이 지검장 유임 여부에 관한 중앙일보 질의에 답을 하지 않았다.

정유진·하준호 기자 jung.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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