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안쓰면 반납할 돈, 해외연수 예산 잡고보자"는 충북도의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방의회 해외출장. [중앙포토]

지방의회 해외출장. [중앙포토]

충북도의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몰아가기 식’ 국외 연수를 추진해 빈축을 사고 있다.

충북도의원 31명 예산 증액해 국외 연수 추진

7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지난해 1억2100만원으로 정한 국외 여비와 자매·방문 여비를 올해 1억2650만원으로 인상했다. 인상률은 4.5%다. 도의회는 2019년까지 의원 한 명당 국외 연수비 500만원을 편성해 2년에 한 번꼴로 국외 연수를 다녀왔다. 지난해 건설소방위원회와 교육위원회 등 도의원 18명이 국외 연수를 가려 했으나, 코로나19로 전면 중단됐다.

도의회는 올해 도의회 의장을 제외한 의원 31명 전원에 대한 국외 여비를 책정했다. 상임위원회 국외 연수비 9300만원, 집행부 동행 연수 2000만원, 국제우호 교류비 1350만원 등이다. 국외 연수의 경우 도의원 한 명당 300만원을 지원한다. 추가 발생하는 숙박비 등 여행경비는 자부담하기로 했다. 국외여비 평균 지원금액은 1인당 408만원꼴로 돌아간다.

충북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격년제로 갔던 국외 연수를 올해부터는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며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일정이나 참석자는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문희 충북도의회 의장은 “지난해 해외 연수가 취소돼서 연수를 다녀오지 못한 의원을 포함해 전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바꿨다”며 “의원들은 불가피하게 자부담이 늘더라도 해외 연수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의회 청사. [사진 충북도]

충북도의회 청사. [사진 충북도]

박 의장은 이어 “지방의원 국외 연수비는 한 해에 소진하지 못하면 어차피 반납해야 하는 예산”이라며 “일단 예산이라도 편성해놔야 추후 국외 연수를 갈 때 경비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사회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선영 충북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치료제가 나온다 하더라도 올해까지 코로나 국면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마당에 도의회가 주민 정서와 동떨어진 행동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코로나19로 국외 연수가 취소된 데다 내년에 지방선거로 인해 일정이 마땅치 않아 올해 도의원 전원이 국외 연수를 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충북도의회와 달리 국외 여비 예산을 전액 삭감한 의회도 있다. 제천시의회는 지난해 국외 여비 4470만원을 전액 반납한 데 이어 올해 관련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제천시의회 관계자는 “올해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해 해외 출장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며 “취약계층 지원 등 코로나19 관련 예산이 많이 사용됐기 때문에 예산 절감 차원에서 국외 여비를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