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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럼, 혈압 떨어뜨리고 변비 막아

중앙일보

입력

5일은 정월 대보름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부럼을 자기 나이 수대로 깨물어 먹는 것이 대보름 풍습이다.'1년 열두달 무사 태평하고, 종기.부스럼 등 피부병이 나지 않게 해 달라'고 기원하면서 깨물면 '딱' 하는 소리에 놀라 잡귀가 물러간다고 한다.

첫번째 깨문 것은 밖으로 던지며 '부럼이요'라고 외친다. 이렇게 하면 1년간 부스럼이 나지 않으며, 이가 단단해진다는 것. 호두.밤.잣 등 껍질이 딱딱한 견과(堅果)류를 총칭하는 부럼과 오곡밥.나물의 건강학을 알아본다.

◇부럼은 치아와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

잣엔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이 풍부하다. 혈압을 낮추고, 피부를 윤택하게 가꾸어주며,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해 변비를 막아준다. 호두엔 두뇌 발달에 필요한 DHA 전구체가 다량 들어 있어 두뇌 발달에 좋다.

꽃마을한방병원 한방부인과 최은미 과장은 "부럼은 한의학적으로 비.폐.신(脾.肺.腎)을 보(補)하는 식품"이라며 "외부의 사기(邪氣)로부터 몸의 저항력을 키우고, 치아와 뼈를 튼튼하게 하며, 장과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부럼은 평소 변이 무르거나 지성 피부인 사람에겐 권장하지 않는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도 피해야 할 식품이다. 밤을 제외한 부럼의 열량이 1백g당 5백50㎉로 높기 때문이다. 다행히 부럼의 지방은 대부분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이다.

채식주의자 3만1천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부럼을 하루 50g씩 매주 다섯 번 이상 먹은 사람은 전혀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첫번째 심장마비가 오는 연령이 5년 늦었다.

◇오곡밥으로 고른 영양을 섭취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이경신 국장은 "대표적인 절식(節食)인 오곡밥은 탄수화물에 치우친 백미와는 달리 비타민.미네랄이 풍부하고 영양적으로 균형이 잘 잡혀있다"고 평가한다.

한방에선 오곡밥을 각 사상체질(四象體質)에 맞는 곡류가 골고루 섞여 있는 조화된 음식이라고 본다. 소화기가 약한 사람에겐 찹쌀과 차좁쌀이 추천된다.

찹쌀은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소화기를 보하고, 구토.설사를 멎게 하는 효과가 있다. 노란 차좁쌀은 비위(脾胃)의 열을 제거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설사를 멎게 하는 곡류로 알려져 있다.

몸의 습(濕)을 없애주고, 열을 내리는 데는 수수가 효과적이다. 그러나 소화가 잘 안되는 것이 단점. 고단백의 콩은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아 오장(五臟)을 보하며, 십이경락(十二經絡)의 기혈순환을 돕는다.

붉은 팥은 이뇨작용이 있어 부종과 갈증과 설사를 멈추게 해 화(火)와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다.

◇묵은 나물은 비타민.미네랄의 보고

대보름엔 묵은 나물을 즐겨 먹는다. 가을부터 말려 둔 호박.가지.시래기.곰취.갓잎.무청.버섯.무 등 아홉 가지 나물이 등장한다.

오곡밥과 묵은 나물은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미네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다. 게다가 식이섬유까지 풍부하다. 식이섬유는 변비와 대장암을 예방하고 고(高)콜레스테롤혈증을 막는다.

대보름엔 묵은 나물들로 복쌈도 해 먹는다. 이는 밥을 김.취나물.배추 잎 등에 싸서 먹는 음식이다. 이 쌈은 부(富)를 쌈 싸듯 모을 수 있다는 풍습에서 나왔다.

특히 취나물은 독특한 향과 맛으로 미각을 돋워주며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 최근에는 항암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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