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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는 멀쩡한데 이가 아프시다고요?

중앙일보

입력

'연관통(聯關痛)을 아시나요'.

연관통이란 질병의 원인 부위와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서로 다르게 느껴지는 통증. 예컨대 결석의 경우 돌이 생긴 장소는 요도지만 통증은 사타구니 피부에서 발생한다. 췌장염의 경우 왼쪽 가슴의 피부가 아프다. 심근경색증의 경우 아픈 곳은 심장이지만 왼쪽 팔에 통증이 생긴다. 혓바늘이 돋았는데 턱이 아프거나 척추 디스크가 튀어나왔는데 허벅지나 엉덩이 안쪽이 뻐근하게 아픈 것도 마찬가지다.

연관통이 생기는 이유는 통증을 뇌로 전달하는 신경가지가 일부 겹치기 때문이다.


특히 내장의 통증을 감지하는 신경가지가 피부의 통증신경과 겹칠 경우 실제 아픈 곳은 내장이지만 뇌는 피부가 아픈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연관통이 중요한 이유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할 경우 엉뚱한 곳을 치료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질병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비치성(非齒性)치통이다. 치아는 멀쩡한데 이가 아픈 경우를 말한다.

연세대치대병원 구강내과 김성택 교수는 "적어도 전체 치통 환자의 5%는 충치 등 치아엔 이상이 없는데 치아가 아픈 비치성 치통"이라며 "통증이 심한 경우 멀쩡한 치아를 뽑는 치료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경우 치아를 뽑아도 통증은 지속된다.

비치성 치통의 원인은 ^근막통증^잘못된 습관^상악동염^타석증^구강종양 등 다양하다. 근막통증이란 얼굴 근육이 뭉치거나 염증 등의 이유로 통증이 생기는 경우.

예컨대 뺨에서 음식을 깨무는 역할을 하는 근육이 뭉친 경우 어금니 쪽으로 연관통이 발생한다. 이 경우 어금니보다 근막통증을 해결하는 것이 치통을 없애는 올바른 순서다.

잘못된 습관이란 이를 갈거나 이를 악무는 경우다. 상악동염은 일종의 축농증으로 얼굴뼈 X-선촬영으로 진단이 가능하며 이비인후과에서 치료한다. 타석증은 턱 아래쪽 침을 분비하는 침샘의 관에 돌이 생긴 경우를 말한다. 레몬즙 등 신 음식을 먹어 침 분비를 유도할 경우 아랫니가 더욱 아프다면 타석증일 가능성이 크다.

어느 경우든 치아보다 원인질환 자체를 치료해야 치통이 사라진다.

두통도 연관통일 가능성이 크다. 원인은 목의 근육이 뭉친 것. 그러나 엉뚱하게 머리가 아프다. 목의 근육과 머리쪽 두피의 신경가닥이 서로 겹쳐 있기 때문이다.

을지대의대 신경과 오건세 교수팀은 두통 때문에 병원을 찾은 환자 79명을 대상으로 원인을 추적했다. 그 결과 그동안 스트레스가 주원인일 것으로 추정한 만성두통이나 편두통의 상당 부분이 목의 근육이 뭉쳐 생긴 것으로 밝혀냈다. 해결책은 뭉친 목의 근육 부위(발통점)를 찾아 주사침을 이용해 풀어주는 것이다.

吳교수팀의 연구결과 만성두통이나 편두통을 연관통으로 일으키는 발통점은 흉쇄유돌근(목의 양옆에서 앞쪽으로 뻗은 근육)이 전체의 68%를 차지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승모근(목에서 양어깨 쪽으로 뻗은 근육)이 14%, 후경부근(목 뒤 근육)이 11%로 뒤를 이었고, 사각근과 측두근 쪽의 이상으로 생긴 두통은 각각 4%였다.

편두통 등 일반적 두통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다면 목 근육이 뭉쳐 생긴 연관통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 이 경우 주사침으로 발통점을 찔러주는 치료만으로 두통이 바로 사라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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