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구속기한 만료를 하루 앞두고 보석으로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박진환 부장판사는 3일 오전 이 전 기자가 지난해 10월 청구한 보석허가 신청을 받아들였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전 기자)에 대해 보석을 허가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피고인에 대한 보석을 허가한다”고 밝혔다.
수감 201일 만에 풀려나
이 전 기자는 이철(구속)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혐의를 제보하라는 취지의 편지를 보내면서 이 전 대표의 가족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협박한 혐의(강요미수)로 지난해 8월 기소됐다. 앞서 지난해 7월17일 법원으로부터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전 기자는 지난해 10월 6일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대표가 사건 제보자인 지모 씨(일명 ‘제보자 X’)의 주장과 결이 다른 증언을 한 점을 들어 보석을 신청했다. 당시 이 전 기자의 변호인은 “이 전 기자와 지씨가 만나거나 전화한 내용이 이 전 대표에게 전달조차 되지 않았고, 범행 종료 이후에야 이 전 대표가 한동훈 검사장의 이름을 처음 전해 들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죄질에 비해 수감 기간이 길다”고 주장했다.
이 전 기자 측은 지난해 재판부에 총 세 차례(11월 2일, 11월 24일, 12월 29일) 의견서를 제출하며 보석 결정을 촉구해 왔다. 변호인들은 의견서를 통해 “지씨 등 사건 핵심 증인들이 비합리적인 이유로 출석을 거부하며 재판을 지연시키는 기간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그에 따른 부담과 제한은 피고인에게만 과중하게 지어지고 있다”는 등의 견해를 재판부에 전달했지만, 재판부는 관련 심문을 마친 뒤에도 수개월 간 결정을 미뤄왔다.
이동재 반격, ‘권언유착’ 정황 부각
이 전 기자는 최근 자신의 혐의를 부풀렸단 의심을 받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해 5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격 태세다. 최 대표는 지난해 4월 페이스북에 지씨의 주장을 토대로 이 전 기자가 이 전 대표에게 “사실이 아니라도 좋다. 당신이 살려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그러면 그것으로 끝이다”라고 말했다고 써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이 전 기자 측은 향후 재판에서 제보자 지씨와 최 대표, 이 사건을 최초 보도한 MBC로 이어지는 ‘권언유착’ 정황을 부각하는 데 집중하겠단 전략이다.
이 전 기자의 석방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 거부로 미뤄지고 있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정 여부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법원의 보석 허가 결정이 “‘검언유착’ 프레임이 깨졌다”는 이 전 기자 측의 주장을 늦게나마 일부 수용한 것이어서다. 이 사건은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와 공모했다는 의혹으로 번지며 ‘검언유착 사건’으로 불렸다. 다만 검찰은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면서 한 검사장과의 공모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보석 보증금 2000만원 등을 보석 조건으로 내건 것을 두고 “법원이 구속 만기 하루 전 보석 허가로 생색을 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전 기자도 이날 변호인을 통해 “지씨에게 소환장을 보내고 기다린 것 이외에는 재판이 실질적으로 공전해 왔다”며 “이례적으로 늦은 (보석 허가) 결정으로 불구속 재판 원칙이 훼손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준호·박현주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