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리는 갑상선암…'용의자'는 에스트로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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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면 눈여겨 봐야 할 통계치가 있다. '여성 갑상선암 7년 동안 2백46% 증가'가 그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중앙 암등록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갑상선암 환자는 1995년에 비해 2.5배가량 증가해 유방암.위암.대장암에 이어 4위로 나타났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여성 갑상선암 환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며, 그 대책은 무엇일까.

◇얼마나 흔하며 왜 생기나

여성 갑상선암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건강검진 때문이다. 갑상선암은 원래 여성에게 흔한 암이다. 그러나 진행이 느려 과거에는 암을 가지고도 발견되지 않은 채 나이 들어 죽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던 것이 요즘 들어 건강검진이 일반화되면서 발견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내과 정재훈 교수는 "갑상선암은 암세포가 자라 주변 조직을 눌러야 증상이 나타난다"며 "혹이 만져져 병원을 찾는 환자는 4~7%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대부분 초음파 검사 등 건강검진시에 발견된다.

그러나 실제 악성인 갑상선 비대로 확인된 환자 중에서 암은 5% 미만이다. 진단은 초음파로 하며 악성이 의심되면 조직검사로 확진한다.

암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세포의 돌연변이다. 따라서 방사선을 쪼이는 등 세포의 돌연변이 가능성이 있을 때 높게 발생한다.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당한 소련 주민에게서 갑상선암이 1백배 이상 많이 발생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나이가 많을수록 환자가 많은 이유도 세포의 돌연변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른 갑상선 질환처럼 갑상선 암도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신촌세브란스 내분비내과 임승길 교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갑상선에서도 나타난다"면서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이 호르몬이 관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힌다.


◇비교적 온순한 암

갑상선암은 대부분 분화가 잘 되고 천천히 자라며 항암제가 잘 듣는 편이다. 5년 생존율을 보는 다른 암과는 달리 10년으로 생존율을 따지는 것은 이러한 암의 특성을 말해준다.

갑상선암은 암종류별로 생존율에 차이가 난다. 그중 유두암이 80~85%로 가장 흔한데 치료 후 10년 생존율이 90~95%에 달한다. 5~10%를 차지하는 여포암은 10년 생존율이 80~85%, 5% 미만인 수질암은 10년 생존율이 50~60%, 림프암은 5년 생존율이 60% 정도다. 단 1%미만으로 존재하는 미분화암은 진단한 지 몇 달 후 사망할 정도로 결과가 나쁘다.

정교수는 "크기가 1㎝ 미만인 암인데도 뼈나 림프절에 전이된 경우도 있어 일단 암이 의심되면 정밀검사를 받는 게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암종류 따라 치료법 달라

암의 종류.연령.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방법을 선택한다. 유두암.여포암은 대부분 갑상선을 수술로 절제한 뒤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를 한다. 하지만 수질암은 수술치료만 하며 림프암은 방사선이나 항암치료를 한다.

수술도 갑상선을 모두 제거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를 남겨두기도 한다. 동위원소치료는 갑상선암 환자 중 고위험군이거나 나이가 많을 때 실시한다.

수술을 하면 갑상선이 제거된 상태라 갑상선 기능저하증에 빠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부족한 갑상선 호르몬을 평생 보충해야 한다. 또 수술 도중 부갑상선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후 몇 달간 기다려도 좋아지지 않으면 평생 비타민D를 복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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