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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독감' 美전역 확산 어린이 20여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지난 몇년 내 가장 치명적인 독감의 유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예년에 비해 미국 전역을 일찍 강타한 독감은 12월 초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해 전국적으로 벌써 어린이 20여명이 독감으로 목숨을 잃었으며 성인 남녀들도 예상보다 많은 수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젠형으로 알려진 독감은 13개 주에서 유행하고 있으며 현재 맹렬한 기세로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푸젠은 중국 푸젠(福建)성을 의미하지만 독감의 발병이 꼭 이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독감은 어린이 6명이 사망한 콜로라도주와 텍사스주에서 가장 맹위를 떨치고 있다. 독감은 수도 워싱턴과 그 주변인 버지니아.메릴랜드.펜실베이니아, 그리고 네바다.애리조나.유타.뉴멕시코.오클라호마.워싱턴.아이다호.아칸소.테네시주 등 동서부를 가릴 것 없이 전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마요 클리닉의 그레고리 폴랜드 박사는 "푸젠형으로 알려진 이번 독감은 고열.기침.콧물 등의 증상이 격렬하게 나타나 일단 걸리면 1~2개월 정도는 고생해야 하며 대다수가 입원해야 하는 것은 물론 기관지염.폐렴 등 합병증으로 사망에 이를 가능성도 크다"고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미 전역에서 독감백신의 부족 사태마저 벌어져 우려를 더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기초자치단체 보건당국 연합회(NACCHO)가 5백38개 카운티를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 3분의 1에서 백신 부족 사태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10일 보도했다.

질병통제센터(CDC)의 커티스 앨런 대변인은 "필요한 사람에게 백신이 제대로 접종되지 않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워싱턴DC 보건국의 경우, 고위험군과 저소득층을 위해 하루 2천명분의 백신이 필요하지만 공급은 1천명분밖에 되지 않고 있어 관계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버지니아주 보건당국은 이미 보관 백신 전량을 지역 보건국에 분배해 여유분이 전혀 없어 일부 병원에서는 '독감백신 재고 없음'이라는 안내문을 붙이기도 했다.

미국에선 2개 제약사가 독감 백신을 생산하는데 이들은 지난주 이미 생산한 8천3백만명분의 백신을 모두 출하해 여분이 없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지금까지 한해에 독감 백신을 8천만명분 이상 사용한 적이 없어 올해 백신 사용량은 최고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두 제약회사가 백신을 새로 생산하는 데는 원료 확보와 배양 등에 시간이 걸려 미 보건당국은 현재 유럽 등에서 백신을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 보건당국은 올해 제조한 독감 백신이 현재 유행하고 있는 푸젠형을 전면적으로 예방하는 효과는 없으며 다만 약간의 예방능력과 독감이 발병할 경우 증세를 조금 완화해주는 정도의 효력만 있다고 밝혔다.

독감은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해 치료약이 없으며 처방하는 약은 합병증을 막기 위한 것에 불과하므로 노약자는 공공장소에 나가지 말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 등이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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