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는 치유 가능한 질병"···'생활과 윤리' 고등 교과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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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해 8월 26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설치된 '2020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광고판이 훼손됐다며 경찰 신고 조치 등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지난해 8월 26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설치된 '2020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광고판이 훼손됐다며 경찰 신고 조치 등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이 기술되지 않도록 교과서 검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표명했다.

1일 인권위에 따르면 한 출판사가 만든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과목 교과서에 성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내용이 담겼다는 진정이 제기됐다.

해당 교과서는 성적 소수자에 대해 “독특한 성적 취향 때문에 다수로부터 차별받는 대상이 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어떤 성별에 이끌린다는 뜻의 ‘성적 지향’이 아닌 ‘성적 취향’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정체성이 선택 가능한 문제인 것처럼 기술했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성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해당 교과서는 성 소수자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으로 “타인과 사회에 해악을 가하지 않고 책임 있게 성적 활동을 한다면 이를 금기시할 근거가 희박하다”고 썼다. 인권위는 “성 소수자는 책임 있게 행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내포된 전제조건으로 성 소수자는 다른 사람이라고 구별 짓는 것으로 보기 쉽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출판사 측은 동성 결혼에 대한 찬반 입장을 균형 있게 제시했기에 중립적이라고 반박했다. 그 중 반대 입장은 ‘동성애는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질병이다’ ‘동성 부부는 아이를 낳지 못하여 인구가 감소한다’ ‘동성 부부가 아이를 입양할 경우 입양된 아이들은 심각한 정체성의 혼란과 고통을 겪는다’ 등의 내용이 소개됐다.

인권위는 “이러한 내용은 성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차별하는 행동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성 소수자 외에도 장애인·외국인·난민·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이 기술되지 않도록 교과서 검정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인권위는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해당 단원 자체가 삭제되어 2020학년도 교과서에는 관련 내용이 다루어지지 않았으므로 진정은 기각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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