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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로봇 도입시 고용·임금상승↓..."고부가가치 산업 발굴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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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국내 제조업 등에 산업용 로봇 도입이 확대되면서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고용률과 임금 상승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 산업용 로봇의 시연이 열리는 모습. 연합뉴스

국내 제조업 등에 산업용 로봇 도입이 확대되면서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고용률과 임금 상승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 산업용 로봇의 시연이 열리는 모습. 연합뉴스

국내 제조업체에 산업용 로봇 도입이 확대되면서 기존 산업 종사자들의 고용률과 임금 상승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로봇이 노동자의 업무를 대체하는 이른바 ‘노동대체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때문에 기존 근로자들을 위한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고, 산업 부문 간 노동 이동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7일 발간한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산업용 로봇 보급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김태경 한극은행 뉴욕사무소 차장·이병호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조사역)’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韓, 주요국 보다 산업용 로봇 도입률↑ 

한국의 산업용 로봇 도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00~2007년 사이 국내 로봇 판매 대수는 연평균 7000대에서 2010~2018년 사이 연평균 3만대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자료: 한국은행

한국의 산업용 로봇 도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00~2007년 사이 국내 로봇 판매 대수는 연평균 7000대에서 2010~2018년 사이 연평균 3만대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자료: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용 로봇 도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크게 늘어났다. 2000~2007년 국내 로봇 판매 대수는 연평균 7000대에서 2010~18년 연평균 3만대로 4배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1만5000대→2만7000대), 일본(3만6000대→3만4000대), 독일(1만3000대→2만대) 등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늘어났다.

종사자 대비 산업용 로봇의 도입 규모를 보여주는 ‘로봇밀집도(제조업 종사자 1000명당 로봇 운용 대수)’ 역시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의 로봇밀집도 증가 규모는 금융위기 전(2000~2007년) 연평균 1.26대에서 금융위기 이후(2010~18년) 연평균 5.28대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일본(0.07→0.12), 미국(0.9→0.93), 독일(1.09→0.89)보다 큰 폭으로 앞선다.

반도체·화학 주력 산업…로봇 도입 유리한 국내 산업

한국의 산업용 로봇 도입 속도가 빨랐던 이유는 산업 구조적으로 로봇 도입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2019년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국내의 제조업 생산 비율은 반도체와 OLED 등을 생산하는 전기·전자(32.2%), 화학(15.4%), 운송장비(11%), 기계장비(9.1%)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사진 삼성전자

한국의 산업용 로봇 도입 속도가 빨랐던 이유는 산업 구조적으로 로봇 도입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2019년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국내의 제조업 생산 비율은 반도체와 OLED 등을 생산하는 전기·전자(32.2%), 화학(15.4%), 운송장비(11%), 기계장비(9.1%)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사진 삼성전자

한국의 산업용 로봇 도입 속도가 빨랐던 이유는 산업 구조적으로 로봇 도입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2019년 국내총생산(GDP) 기준 국내 제조업 생산에서 반도체와 OLED 등을 생산하는 전기·전자(32.2%), 화학(15.4%), 운송장비(11%), 기계장비(9.1%)가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모두 업무의 단순성이 높아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기 수월하다.

또한 이들 산업은 근로자 대신 산업용 로봇을 사용했을 경우 기업이 절감할 수 있는 사회보장비용과 연금, 보험 등의 지출을 나타내는 ‘노동보상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에 속한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로봇 가격이 하락하며 산업용 로봇 도입 속도가 빨라졌다. 세계 로봇 판매 가격(명목가격 기준)은 2009년 로봇 한 대당 6만3000달러에서 2018년 3만9000달러로 38.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 도입의 반대급부…근로자 입지 약화

산업용 로봇 증가로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기존에 근무하던 근로자다. 로봇이 생산 공정을 대체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기 때문이다. 업무가 단순하고 반복적일수록 이런 경향이 커진다. 충남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공장의 모습. 연합뉴스

산업용 로봇 증가로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기존에 근무하던 근로자다. 로봇이 생산 공정을 대체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기 때문이다. 업무가 단순하고 반복적일수록 이런 경향이 커진다. 충남의 한 자동차 부품업체 공장의 모습. 연합뉴스

산업용 로봇 증가로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기존 근로자다. 로봇이 생산 공정을 대체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기 때문이다. 업무가 단순하고 반복적일수록 이런 경향이 커진다.

국내 산업도 이런 현상을 피할 수 없었다. 물품 생산에 로봇 도입의 정도를 따지는 ‘로봇침투도(부가가치 창출과 무관하게 근로자 1000명당 로봇을 얼마나 도입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높아질수록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률과 고용 상승률이 악화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부품·컴퓨터, 전기장비, 자동차 등 17개 산업을 분석한 결과, 금융위기 이후(2010~2018년) 로봇침투도가 1단위 상승하면 종사자 수 증가율이 0.11~0.12%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조건 내에서 실질임금 상승률은 0.27~0.29%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근로자 1000명당 로봇이 1대 늘어나면 종사자 수의 증가율이 약 0.1%포인트, 임금 상승률이 0.2%포인트 낮아지는 셈이다.

“고부가가치 산업 발굴과 노동 이동 높여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게 되면서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용 로봇 도입으로 근로자의 일자리 대체 등 부정적 요인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긍정적 요소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로봇 도입으로 신(新)산업이 창출되거나 생산성이 증대되며 새로운 업무와 일자리가 창출될 가능성도 존재하는 만큼 이를 포괄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생산성 증대가 업무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발굴하면서, 산업 부문 사이의 노동 이동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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