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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 속 내복 5세 아이···후원 몰려도 엄마는 당분간 접근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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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8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주택가에서 내복 차림의 5세 여아가 홀로 발견된 지 2주가 넘었지만, 친모의 아동학대 혐의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경찰의 수사는 진행 중이지만, 아이와 엄마의 딱한 사정이 전해지면서 이들을 향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를 홀로 키워오며 생계를 위해 부득이하게 아이를 혼자 두게 된 엄마의 사연에 안타까움을 느낀 시민들이 적지 않다.

“내복 아이 엄마 돕고 싶다”

지난 8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주택가에서 내복 차림으로 추위에 떨던 5세 여아가 시민의 도움으로 구조돼 들어온 편의점. 정희윤 기자

지난 8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의 한 주택가에서 내복 차림으로 추위에 떨던 5세 여아가 시민의 도움으로 구조돼 들어온 편의점. 정희윤 기자

25일 구청과 후원기관에 따르면 우이동 내복 아이 사건과 관련해 친모 A씨에 대한 다수의 후원 문의가 관계기관에 접수됐다고 한다. 최근 A씨가 거주하는 동 주민센터에 시민 5~6명은 직접 전화를 걸어 아이 옷·장난감·쌀·간식 등을 택배로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초기에 A씨의 아동학대 혐의가 크게 부각됐지만, 점차 아이를 어렵게 홀로 키워온 사연이 알려지자 도움을 주겠다는 분들의 전화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원 문의가 들어오면 A씨에게 받을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고 직접 전달해드리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아동복지법상 유기·방임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친모 A씨는 4달 전 보호시설을 나와 B양을 홀로 키우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건부 수급자’로 분류돼 일하지 않으면 수급 자격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였기에 강북구의 한 자활근로기관에서 하루 8시간씩 주5일 근무하고 있었다고 한다. A씨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 구청에 전일제가 아닌 반일제 근무로 옮길 수 있는지 문의하기도 했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그런 요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기부금으로 생계비 지원 예정

구청과 동사무소 등을 통해 접수되는 성금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거쳐 A씨에게 생활비 형식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어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이 보도되면서 ‘우이동 내복 아이를 도와달라’는 후원 문의가 지속해서 들어오고 있다”며 “현재까지 지정 기탁을 통해서 정기적으로 후원하겠다는 개인이 서너분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모인 금액은 많지 않지만, 정기 기부금을 토대로 2월부터 정기적인 생계비 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현재 A씨는 아이와 함께 지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아이와 관련된 생필품을 받을 수 없다며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이와 재결합한 이후에 받겠다는 의사를 후원자들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8일 아이와 분리된 직후 많이 힘들어했지만, 상담 등을 통해 점차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결과 나오기 전까지 접근금지

그러나 A씨는 딸을 당분간 만나기는 어렵다. B양은 분리조치돼 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성북아보전 관계자는 “아직 경찰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A씨와 아이가 언제쯤 만날 수 있을지 섣부르게 단정할 수 없다. 현재로써는 전화 연락 등을 포함한 일체의 면회가 금지돼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임시조치 명령에 따라 교육과 심리상담을 받을 예정이다”며 “만약 경찰에서 무혐의 결정이 나온다면 아이와의 재결합 프로그램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가 홀로 집 밖으로 나가게 된 배경에 대해 “내 실수였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사를 받으며 방임 역시 아동학대에 포함된다는 점을 인지하게 됐다고 한다. 강북경찰서 관계자는 “A씨와 아동에 대한 조사를 한 차례 마쳤다”며 “아동학대 사건의 특성상 아동의 진술에 대한 전문가의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빠르게 결론 내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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