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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백신 없어도 도쿄올림픽 열겠다" 무관중 대회도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정부가 올 7월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무관객’으로 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개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이는 상황에서다.

관객 풀 동원·50%·무관객 등 3개 시나리오 검토 #3월쯤 결정…일각선 "봄 전에 해외관객 포기해야" #화이자 백신도입도 차질…6월말→ 연내 공급

22일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은 도쿄도와 도쿄올림픽 대회조직위원회가 관객 수와 관련 ‘제한 없음’, ‘50%’, ‘무관객’ 등 3개 안을 상정해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최종적으로 어떤 방식이 될지는 3월 말 일본 정부가 판단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는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향후 코로나 상황에 따라, 어떤 (인원수 등의) 제한을 할지 종합적으로 생각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도쿄만에 설치된 대형 올림픽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도쿄만에 설치된 대형 올림픽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현재 조직위는 원안대로 관객 수를 제한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자들 사이에선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관객 수용은 조기에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전날 국회 대정부 질문에선 야당 의원들로부터 도쿄올림픽을 취소하거나 다시 연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일본공산당 위원장은 “올여름 개최는 취소하고, 일본과 전 세계의 모든 힘을 코로나 수습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헌민주당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도 “세계적으로 감염확대가 수습되지 않는 이상, 희망적 관측만으로 (올림픽 개최를) 밀어붙이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이에 대해 “감염증 대책을 확실히 실시함에 따라, 백신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도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올림픽 개최에 맞춰 백신 접종을 완료할 수 없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지난 20일엔 스가 총리와 가까운 일본 유신의회 마쓰이 이치로(松井一郎) 오사카시장도 “여름까지 일본 전체가 백신을 접종하는 건 불가능하다. 올림픽을 4년 뒤로 미뤄서 2024년에 개최하는 것을 목표로 IOC와 교섭해야 한다”며 연기론을 꺼내 들었다.

일본의 백신 확보 상황도 밝지 않다. 당초 미국 화이자사와 ‘올해 6월까지 총 6000만명분’의 백신을 구매하기로 합의를 했으나, 지난 21일 정식계약을 맺을 때는 ‘올 연말까지 총 7200만명분’으로 시기가 반년 이상 늦춰졌다. 일본 정부는 총 1억5천만명분의 백신을 확보했지만 자세한 접종 스케줄은 밝히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다무라 노리히사(田村憲久) 후생노동상은 백신 공급 스케줄과 관련 “좀처럼 말씀드리기가 어렵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되도록 많이 공급받을 수 있도록 (제약사 측에)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담당상으로 임명된 고노 다로(河野太郎) 행정개혁담당상은 이날 기자들에게 “아직 공급스케줄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6월 말 전 국민 백신 접종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오자키 하루오(尾崎治夫) 도쿄도의사회 회장이 지난 4월 중앙일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오자키 하루오(尾崎治夫) 도쿄도의사회 회장이 지난 4월 중앙일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의료계에서도 도쿄올림픽 개최에 회의적이다. 올림픽을 개최하려면 경기장과 선수촌 등에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력이 약 1만명 이상 필요하다. 코로나19 방역만으로도 현장에선 의료붕괴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도쿄올림픽을 위해 추가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도쿄도의사회 오자키 하루오(尾崎治夫) 회장은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무관객으로 개최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야 한다”면서 일본 정부와 조직위원회 측에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오자키 회장은 “여러 나라에서 사람들을 불러서, 세기의 축전을 하겠다는 발상은 버리지 않으면 무리”라고 지적했다. 다만 “선수들을 생각하면 개최를 하면 좋겠다. 올림픽의 본래 목적은 선수가 모여 경기하는 것이다. 거기에 목표를 둔다면 무관객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 더타임스는 21일(현지시간) 익명의 일본 집권당 연합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사카이 마나부(坂井學) 관방 부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그런 사실은 없다. 확실히 부정하겠다"며 취소설을 공식 부인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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