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이요? 그렇게 전통시장을 돕고 싶다면 국회의원 월급을 온누리 상품권으로 지급해서 시장에서 직접 쇼핑하시라고 하죠. 인공호흡기 달고 겨우 숨만 쉬고 있는데 정부가 아예 떼버리려고 하네요.”
내달 임시국회 처리 방침에 한숨 #코로나로 매출 70~80% 줄어 타격 #입점업체 60% 이상이 중소브랜드 #“쇼핑몰 닫으면 온라인만 더 북적”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몰에서 떡볶이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46)씨. 그는 다음 달 임시국회가 복합쇼핑물에도 의무휴업을 도입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에 울분부터 쏟아냈다.
김 씨는 롯데월드몰에서도 성공한 자영업자로 꼽힌다. 6년 전 홍대에 문을 연 떡볶이 가게가 입소문을 타고 맛집으로 유명해지며 쇼핑몰 여러 곳에서 입점을 제안받았다. 김씨의 떡볶이집에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할 때도 쇼핑몰 내 다른 매장과는 달리 긴 줄이 늘어섰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가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는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이 70~80% 줄었다.
대형복합쇼필몰의 운영 주체는 이마트나 롯데쇼핑같은 대기업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복합쇼핑몰을 채운 수많은 점포는 김씨 같은 자영업자가 입점해 있다. 대형 복합쇼핑몰은 백화점과 달리 글로벌이나 대기업 브랜드보다는 중소브랜드가 더 많다. 스타필드와 롯데몰 등에선 입점 업체의 최소 60% 이상이 중소기업 브랜드다. 롯데몰 수지점의 경우 약 70%에 달한다. 직영점 외에도 중앙관리매장 형태로 운영하는 매장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김씨 같은 자영업자는 의무휴업일로 주말을 지정하면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현행법상 대형쇼핑몰의 의무휴업일은 월 2회 공휴일(이해당사자와 합의 시 변경 가능)이다. 스타필드 하남에서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이경수(42)씨는 “주말 휴점이 코로나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 성수기에는 주말 매출이 80% 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브랜드 본사와 계약을 맺고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다.
이씨 등 자영업자들은 ‘고비용 고매출’을 사업 모델로 삼아 대형 쇼핑몰에 입점한다. 매출의 일정 부분을 차감하는 수수료(임대료)와 매장 면적당 부과되는 관리비(보통 공용부를 포함해 실제 면적의 2~3배 수준)만 전체 매출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로드샵보다 고정비가 훨씬 많이 들지만, 집객 효과가 큰 만큼 매출도 크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런 공식도 무너졌다.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지난해 11~12월 하루 평균 방문객 수(주말)는 10만에서 7만으로 줄었고, 롯데월드몰 역시 15만4700에서 9만9000으로 급감했다. 쇼핑몰 내부에서도 대기업 브랜드와 중소브랜드의 차이는 크다. 18일 오후 2시쯤 찾은 스타필드 고양 내 스타벅스 매장엔 앉을 틈 없이 손님이 가득 찼지만 중소 브랜드 카페는 대부분 손님이 1~3명에 불과했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창업에 뛰어들어 백화점과 쇼핑몰에서만 중식당을 운영하는 최성식(가명·31)씨는 “쇼핑몰 문 닫는다고 사람들이 시장으로 가겠나. 온라인으로 더 쏠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가 좋아지면 의무휴업 시 기회비용이 커지기 때문에 (쇼핑몰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발목을 세게 잡을 수 있다”며“시행령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추인영·이병준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