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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바꾼다든지…”에 들끓은 여론 “입양이 쇼핑이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정인이 사건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에 대해 한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사과해야” #야당선 “문 대통령의 심각한 실언” #전문가 “아동학대 예방 언급했어야” #청와대 “입양제도 보완하자는 취지”

발단은 양부모의 학대로 입양아가 사망한 ‘정인이 사건’에 대한 질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을 설명하던 중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라고 말했다. 해결책의 하나로 ‘파양(破養)’을 제시한 것처럼 비친 셈이다.

해당 발언이 나오자마자 온라인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양부모님께 사과하셔야 합니다”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입양이란 것은 아이를 골라 쇼핑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사고 맘에 들지 않으면 반품하고 환불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사무국장은 “(대통령 발언으로) 아이들이 입양 과정에서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인형 같은 존재가 됐고, 입양 부모는 마음만 먹으면 새끼를 교환할 수 있는 인스턴트 부모가 됐다”고 말했다.

딸을 입양해 5년째 기르고 있는 김모(39)씨는 “입양 과정에서 위탁모-부모로 양육자가 바뀌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큰 충격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파양을 쉽게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비난이 쏟아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파양이나 교체는 입양 부모의 부정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게 뻔하다. 그 자체로 아이에 대한 정서적 방치이자 학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도 “입양 아동에게 가장 큰 상처와 시련은 바로 입양부모조차 자신을 떠나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심각한 실언을 했다. 즉각 철회하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정인이 사건은 아동학대 문제다. 사건의 본질과 심각성을 직시해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는 법인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입양 아동이 시장에서 파는 인형도 아니고, 개나 고양이도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2011년부터 딸을 직접 입양해 키우고 있는 입양 부모다.

전문가들은 아동 중심의 입양체계를 주문했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입양 부모가 애 안 맞으면 바꾸고 포기하겠다고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입양 부모가 아니라 아동 중심 입양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언급했어야 하는 건 아동학대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예방할지 전반적인 그림을 그려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청와대는 진화에 나섰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대통령 말씀의 취지는 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제도를 보완하자는 것”이라는 해명의 메시지를 냈다.

강 대변인은 “현재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하에 관례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전위탁보호’ 제도를 보완하자는 취지”라며 “무엇보다 아이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전위탁보호 제도에 대해 “입양 전 5~6개월간 사전 위탁을 통해 아이와 예비 부모 간 친밀감을 형성하고, 양육과 새로운 가족관계 형성 준비를 지원하고 점검하는 것”이라며 “아이의 입장에서 새 가족을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아이를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성지원·이에스더·이우림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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