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간경변으로 악화하는 이유 세계 첫 규명

중앙일보

입력 2021.01.18 00:04

지면보기

04면

병원리포트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고은희·이기업 교수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알코올 섭취와 관계없이 고지방 위주의 식사와 운동 부족 등 잘못된 생활 습관으로 간에 지방이 쌓이고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환자 5명 중 1명은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섬유화)이나 간암으로 악화하는데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현재로서는 간이식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걸린 쥐
‘스핑고미엘린 합성 효소’ 증가
간 조직에 염증·섬유화 드러나

 최근 비만 인구의 가파른 증가와 함께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치료제 개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진행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고은희·이기업 교수팀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있는 쥐의 간세포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스핑고미엘린 합성 효소’의 발현이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간 조직에 염증과 섬유화가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스핑고미엘린 합성 효소는 생체막을 구성하며 필수지방산을 공급하는 지질이다. 고은희 교수팀은 스핑고미엘린 합성 효소에 의해 만들어진 디아실글리세롤이 세포 죽음을 촉진하는 피케이시델타(PKC-δ)라는 물질과 염증 조절에 관여하는 NLRC4 인플라마좀 유전자를 순차적으로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쥐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이에 따라 간세포에서 강한 염증성 반응에 의한 세포 사멸이 증가하고 간세포 밖으로 유출된 위험 신호에 의해 염증 및 섬유화 반응을 유도하는 NLRP3 인플라마좀 유전자가 활성화해 간경변으로 악화한다는 설명이다.

 고 교수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밝힌 스핑고미엘린 합성 효소의 역할은 임상시험에서도 재확인됐다. 공동 연구팀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립연구소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에서 간암으로 발전해 간이식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조직을 분석한 결과, 모든 환자에게서 스핑고미엘린 합성 효소의 발현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경변 막는 지방간염 치료제 개발 도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간경변과 간암의 주요 원인질환으로 단순 지방간보다 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6배 높고, 간경변을 동반할 경우 사망 위험이 10배까지 높아진다. B형·C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은 항바이러스제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지만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경우 간 조직 내 지방 축적을 감소시키거나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약물만 있을 뿐 간경변으로 악화했을 때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 고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의 장기 예후를 결정하는 요인은 간 섬유화의 진행”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의 진행 기전이 밝혀진 만큼 향후 간경변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영국 위장병학회가 발간하는 소화기 분야 국제학술지 ‘거트(Gut)’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