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당 대회 끝낸 김정은, 한·미에 핵무장 강화 위협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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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북한의 열병식 개최 정황을 포착했다는 군 당국을 향해 “해괴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12일자 담화에서 “남조선(한국)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0일 심야에 북이 열병식을 개최한 정황을 포착했다느니, 정밀 추적중이라느니 하는 희떠운 소리를 내뱉었다”며 “남조선 당국이 품고 있는 동족에 대한 적의적 시각에 대한 숨김없는 표현”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전했다.

“군사력 키워 핵전쟁 억제력” 강조 #부부장 강등 김여정, 군 당국 비난 #“심야 열병식 포착 희떠운 소리 #둘째 가라면 섭섭할 특등 머저리”

김 부부장은 “세상 사람 웃길 짓만 골라 하는데 세계적으로 처신머리(체신머리) 골라 할 줄 모르는 데서는 둘째로 가라면 섭섭해할 특등 머저리”라며 “언제인가도 내가 말했지만 이런 것들도 꼭 후에는 계산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연구소장을 지낸 정영태 동양대 석좌교수는 “김 부부장 담화는 한국이 핵 강대국인 북한을 대등한 상대로 여기는 데 대해 불쾌해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한·미가 정찰위성·정찰기로 자신들을 지켜보는 걸 꺼렸다. 이참에 한국에 눈을 가리고, 입을 닫으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부부장은 당초 노동당 정치국 위원에 오를 것으로 관측됐으나, 당의 정책 결정 핵심 기구인 정치국에서 배제됐고, 직책도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내려앉았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이번 당 대회에서 김영철 전 당 부위원장(현 비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각각 통일전선부장과 중앙위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며 “대남, 대미 협상의 실무 책임자들을 문책하는 인사로 볼 수 있는데, 이를 총괄하는 김여정을 승진 기용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노동당 총비서)은 12일 노동당 8차 대회를 정리하는 연설에서 “국가방위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하는 것을 중요한 과업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한다”며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총화(결론) 보고에서 핵잠수함 등 핵 무장력 강화를 주문한 데 이어 향후 핵 무력을 통해 한국과 미국 정부를 상대해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북한은 당 규약을 개정하고 조국 통일 분야에 “공화국 무력을 정치사상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부단히 강화하고, 조국 통일을 위한 투쟁 과업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을 제압해 조선 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내용을 삽입했다. 핵으로 선제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나 핵 감축 협상 등의 공세적 태도를 예고한 것이다.

이번 당 대회의 또 다른 방점은 ‘김 위원장 띄우기’다. 정무국을 비서국으로 명칭을 바꾸고, 김 위원장 직책을 위원장에서 총비서로 추대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비서제는 총비서가 유일적 지도를 한다는 인상을 줘 김정은 유일 체제 강화에 부합하는 형태”라고 분석했다. 당 핵심 인사들을 1950년대 이후 출생자로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도 김정은 시대의 완성을 의미한다는 평가다.

7차 당 대회 회의장 단상 배경에 설치했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이번에 없앤 것도 김 위원장이 유일한 최고지도자임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김 위원장이 집권 10년 만에 유일신으로 홀로서기에 완전히 나선 행사”라고 평가했다.

정용수·이철재·박용한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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