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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보상도 내로남불? 野법안 반대한 정부,김태년엔 어떨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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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가 자살했다는 소식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여권이 ‘손실보상제’ 카드를 꺼냈다. 정부의 방역 정책으로 인해 영업 손실을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세금으로 보전해주겠다는 정책이다.

신호탄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쐈다. 그는 지난 1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차원에서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영업 손실을 보상·지원하는 제도적 방안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인사가 손실보상제를 언급한 건 처음이었다. 그러자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튿날인 12일 페이스북에 “김태년 원내대표의 자영업자 손실보상 검토를 환영한다”며 “그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서둘러 실행 조치가 이뤄지길 소망한다”고 적었다.

이재명 “서둘러 손실보상 이뤄져야”

손실보상제는 4차 지급 논의까지 거론되는 재난지원금과는 다르다. 특정 대상이나 업종을 정해 보편적으로 일정 규모의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실제 정부의 방역 조치에 따라 영업 손실을 입은 규모를 계산해 그 피해액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는 게 핵심이다. 헬스장·노래방·학원 등 집합금지업종이 대표적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될수록 자영업자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자영업 종사자는 656만3000명으로 전체 취업자(2724만1000명)의 24.1%에 달한다. 특정 직군의 피해로 간주하기에는 너무 많은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재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당한 재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7월 국회예산정책처가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 비용은 추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감염병의 장래 발생 가능성 및 그 영향력은 현 시점에서 추정하기 어려워 지원 규모를 확정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 [윤두현 의원실 제공]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 [윤두현 의원실 제공]

문제는 이미 손실보상에 대한 필요성이 야권에서 제기됐는데도 여권은 6개월 동안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행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은 제70조에 손실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때 의료기관 등의 손실보상금으로 1781억원을 확정했을 때 근거로 했던 게 이 조항이다.

윤두현 의원은 감염병예방법 70조의 손실보상 대상을 기존의 의료기관뿐 아니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해 7월 대표 발의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1차 코로나 유행이 휩쓸고 지나간 뒤였다. 하지만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가로막혔다.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해 11월 25일 법안심사소위에 나와 “(개정안에 있는) 대상이나 범위 항목이 구체적으로 정하기가 어렵고, 손실 규모 산정도 어렵기 때문에, 또 국가재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신중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무부처 차관으로서 법안 처리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보건복지부 ‘신중 검토’, 기획재정부 ‘수용 곤란’

당시 보건복지위 전문위원이 작성한 검토보고서에 나온 정부 부처의 입장도 비슷했다. 보건복지부는 ‘신중 검토’였고, 기획재정부는 “감염병 환자를 직접 격리·치료하는 의료기관이 아닌 사업장에 대해 영업이익 등을 고려한 손실보상 지급은 법 목적에 반한다”며 ‘수용 곤란’ 입장이었다.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를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충돌하듯이 손실보상제 확대에 관해서도 당청의 입장이 엇갈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두현 의원은 “6개월 전에 법안이 처음 제출됐을 때 합리적 논의가 시작됐다면 지금처럼 자영업자의 피해가 커졌을 때 합리적으로 대응하기 더 좋았을 것”이라며 “민주당도 나선 만큼 이제라도 신속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법안을 급하게 처리하다가 자칫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누가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를 정확히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치주의에서 중요한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며 “결국은 국가 부채로 돌아오는 문제여서 입법 과정에서 제대로 손실보상 대상을 정하지 않으면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으로 흐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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