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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사망률 1위 '폐암' … 발병 90%는 흡연 때문

중앙일보

입력

폐암이 급증하고 있다. 1985년 인구 10만명당 10명이던 폐암 사망률이 2000년 25명으로 15년만에 2.5배로 늘었다. 암 가운데서도 상승폭이 가장 가파르다.

이미 2000년 그동안 부동의 1위를 고수하던 위암을 제치고 암 사망률 1위로 올라섰다. 현재 해마다 1만여명이 폐암으로 숨지고 있다. 전체 암 사망자 6명 가운데 1명은 폐암이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좀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은 "2020년이면 폐암 사망률이 현재의 두 배 수준인 10만명당 50명에 달해 전국적으로 2만여명이 해마다 폐암으로 숨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영화배우 율 브리너, 팝가수 조지 해리슨, 코미디언 이주일, 선경그룹 최종현 회장이 모두 폐암으로 숨졌다.

이처럼 폐암이 전염병처럼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흡연의 누적 효과를 손꼽는다. 대개 흡연을 시작한 지 통상 30년 정도 지나 폐암이 발생한다. 현재 폐암 환자들은 1970년대 고도 성장기 때 밤새 일하며 담배로 스트레스를 풀었던 계층이란 설명이다.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서일 교수는 "성인 10명 중 6명이 담배를 피워 세계 최고의 흡연율을 보이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설령 당장 흡연율이 획기적으로 감소하더라도 과거 흡연자들에게서 앞으로도 수십년간 폐암환자가 대량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폐암은 암 가운데서도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암 중 하나다. 이레사 등 신약이 있지만 기존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생존율을 향상시킨다는 의미일 뿐 재발 방지 등 완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5년 평균 생존률이 25% 정도다. 고통도 심하다.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종양내과 홍영선 교수는 "폐암은 암의 일반적 통증 외 숨을 쉬지 못하는 고통이 따른다"며 "모르핀 주사나 신경차단술 등 통증을 줄여주는 기법도 호흡곤란엔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위암의 내시경, 자궁경부암의 질세포진 검사처럼 마땅한 조기발견 수단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가슴 엑스선 촬영검사나 가래 검사만으론 조기 발견이 어렵다. 우리나라 폐암환자의 15% 정도만 1기 상태로 발견된다.

폐암을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금연이 강조된다. 전체 폐암의 90%는 순전히 담배 때문이다. 일본 후생성은 최근 흡연자가 비흡연자보다 20배나 폐암 발생률이 높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금연은 아무리 늦더라도 하는 것이 좋다. 미국 슬론케터링암센터 피터 바흐 박사는 올해 3월 미국립암연구소지에 실린 글에서 "22세부터 하루 한갑씩 20년 동안 담배를 피웠던 42세 여성이라도 금연하면 향후 20년 이내 폐암에 걸릴 확률은 불과 0.8%"라고 밝혔다.

바흐 박사에 따르면 폐암은 흡연량과 기간이 많을수록, 어릴 때부터 담배를 피울수록, 남성일수록 잘 걸린다. 예컨대 18세부터 하루 두 갑씩 50년 동안 담배를 피운 68세 남자는 10년 이내 폐암에 걸릴 확률이 8.5%나 된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금연하면 폐암 발생률이 6%로 줄어든다.

수십년 동안 담배를 피운 60세 이상 고령자는 폐암 발생 고위험군이며 이들은 저선량 나선형 CT(사진)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폐를 찍을 수 있도록 고안된 이 검사는 아프지 않고 불과 수십초면 끝난다. 비용은 10만원 정도. 주요 대형종합병원에 도입돼 있다. 1㎝ 내외의 작은 폐암도 찾아낼 수 있다.

폐암도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심영목 교수는 "94년부터 2001년까지 8년간 폐암으로 수술받은 환자 8백22명을 추적조사한 결과 종양이 3㎝ 이하며 림프절로 전이되지 않은 초기 폐암(1기)의 경우 5년 생존율이 71.1%에 달한 반면 2기는 40.8%, 3기는 30.7%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금연이 최선이며 흡연자의 경우 저선량 나선형 CT 등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폐암 극복을 위한 차선책이란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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