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설 명절 농축산물 선물 가액 상향을 적극 검토해주길 바란다. 이번 설 명절에 전국민 선물보내기 운동을 제안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설 명절 선물 가액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리자고 거듭 제안했다. 지난 6일 이낙연 대표가 “이번 설 명절에도 선물 보내기 운동을 다시 한 번 이어가길 바란다”고 말한 데 이어 나온 말이다. 민주당 지도부가 권익위의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을 위한 자락을 까는 모양새다.
김 원내대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고통은 농어민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농·축·수산업계는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설 명절에 귀성이 줄고 농·축·수산물 소비가 감소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과일 등 주요 농수산물 소비는 명절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농·어가 피해를 최소화할 민생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 장기화로 올해 설 명절도 방역 속 비대면 명절이 불가피할 상황”이라며 “국민 모두가 선물보내기로 코로나 속에서도 따뜻한 온정을 나누는 명절을 만들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추석 민주당 주도로 추진했던 선물보내기 운동을 재개하자는 제안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와 농어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 사이에서는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하자는 주장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개호 농해수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농해수위원들이 지난 6일 ‘농축수산물 소비 확대를 위한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 촉구 건의문’을 발표했고 같은날 국민의힘에서도 이만희 간사를 비롯한 농해수위원들이 “청탁금지법상 농수산물 선물 가액을 현행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권익위에 전달했다.
실제 농어촌 소득 진작 효과가 적잖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개호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등 8개 주요 유통업체의 지난해 추석 농식품 선물 매출액은 전년 추석 대비 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추석 연휴 종료 직전 한 달 간의 거래실적을 조사한 결과다. 특히 정육·갈비 등 축산물 매출 증가가 두드러졌다. 품목별로 축산물(10.5%), 홍삼 등 가공식품(7.5%), 과일(6.6%), 수산물(4.7%) 순으로 매출이 늘었다.
가격대별로 살펴보면 10~20만원대 선물 매출이 10.3% 증가하고, 20만원 초과 선물도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한우, 홍삼과 같은 품목은 10만원 한도 내에서 선물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면서 “당내에서도 김영란법 취지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권익위가 현명한 판단을 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아직 결정을 내리기 전이다. 전현희 권익위원장은 지난 7일 관계부처 장관들과 간담회에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관계기관 협의 등의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추석 때는 연휴 시작을 3주 정도 앞두고 전원위원회를 열어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