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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향한 김정은 메시지 "미국이 주적" "강력한 국방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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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노동당 규약 개정을 통해 ‘핵 무력’ 증강을 재확인했다. 문재인 정부에게도 해당하는 대미ㆍ대남 메시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 등 노동당 8차 대회에 참가한 대표자들이 대표증을 들어 당규약 개정에 찬성의 뜻을 표하고 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 등 노동당 8차 대회에 참가한 대표자들이 대표증을 들어 당규약 개정에 찬성의 뜻을 표하고 있다. [뉴스1]

조선중앙통신 등은 10일 전날 개정한 노동당 규약의 통일 관련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 건설’을 명기했다고 보도했다. 노동당 8차 대회 기간중 개정된 당 규약 서문에 “공화국 무력을 정치사상적으로, 군사기술적으로 부단히 강화할데 대한 내용을 보충했다”며 “조국 통일을 위한 투쟁 과업 부분에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을 제압해 조선 반도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한다는 데 대해 명백히 밝혔다”고 알렸다.

북,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 전날 "강력한 국방력 건설" #한국엔 군사력, 미국엔 핵카드 들고 "안통하면 마이웨이" #경제난 속 내부 결속 및 새해 초부터 주도권 확보 차원

북한이 당 규약에 ‘강력한 국방력 건설’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이전 규약(2016년)의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 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라는 부분을 수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당 규약에 ‘국방력 건설’을 명시한 건 무력 증강이 북한의 향후 정책의 핵심 축이 된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국방력’은 앞서 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핵잠수함,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및 개량을 대거 언급했던 만큼 핵 무력을 포함한다.

김 위원장은 북ㆍ미 관계가 해빙기를 맞았던 2019년 1월 신년사에서 비핵화를 언급하면서도 “미국이 오판하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공화국 무력’과 ‘국방력 건설’로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를 구체화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당 대회에서 “강 대 강, 선(先) 대 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하겠다”며 “대외정치 활동을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대의 주적’ 미국에게 핵 무력 증강이 공화국의 새로운 길 임을 분명히 알린 셈이다.

이같은 북한의 입장은 우리 길을 갈테니 미국과 한국은 이를 받아들이고 북한과 대화할지 말지를 결정하라는 통첩성이다. 물론 한ㆍ미가 이를 수용하지 않아도 북한은 공화국의 길을 가겠다는 게 전제다. 특히 이번엔 바이든 정부의 출범(현지시간 이달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11일)를 앞두고 발표됐다. 한국과 미국의 속내에 대한 입장 타진에 앞서 먼저 북한의 독트린을 선제적으로 노출하는 선수를 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한국에 대해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화답하는 만큼, 북남합의들을 이행하기 위하여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주어야 한다”며 “남조선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염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을 국내외의 비판을 무릅쓰고 강행 처리한 것처럼 앞으로도 북한의 요구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라는 요구로 해석된다. 그래야 남북 정상회담이 한 해에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던 3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뜻이 깔려 있다. 북한이 지목한 ‘남조선 당국 태도 여하’의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한ㆍ미 연합군사훈련이다. 연합훈련 전면 중단은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북한이 주장하는 최우선 요구 사안이다.

북한은 당 규약을 개정하며 비서제를 5년 만에 부활시켰다. 당 통제를 위해 당 조직생활을 강화하는 내용도 개정 규약에 담았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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