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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 "은행앱에서 생활 서비스한다고 더 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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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간편 결제로 출발한 사업이 어느새 대출 ㆍ투자ㆍ보험 등 금융 상품 전반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고객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증권사를 인수했고 올해에는 디지털 손해보험사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설립 5년째인 카카오페이 이야기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7일 오전 경기 성남 판교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7일 오전 경기 성남 판교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카카오페이 가입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 3500만명을 넘었다. 거래액은 지난해 3분기까지 47조원을 넘어섰다. 올해에는 거래액 100조원을 넘는 게 목표다. 가파른 성장궤도를 그리고 있는 카카오페이가 올해 상반기 중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증권사에서 예상하는 기업가치는 7조~10조원이다.

카카오페이의 규모가 커질수록 긴장하는 곳은 기존 금융권이다. 견제도 거세지고 있다. 각 시중은행은 자사 앱의 플랫폼화를 위해 배달서비스 등을 시작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7일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만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44)는 “은행앱에서 배달서비스를 한다고 소비자가 은행앱을 더 많이 쓰는 건 아니지 않냐”며 “결국 금융은 본질가치로 승부를 보는 것인 만큼 소비자 보호나 고객 가치 같은 금융 본연의 가치에 더 신경을 쓰는 게 맞다”고 했다.

카카오페이는 어떤 기업인가.
기존 금융권은 업(業)의 본질을 리스크 관리로 본다. 카카오페이는 금융도 하나의 서비스로 본다. 어떻게 하면 고객이 제일 편할까를 먼저 생각하고 서비스를 설계한다. 불합리한 규정이 있으면 기술로 풀 수 있으니 규정을 바꿔 달라고 (금융당국을) 설득했다. 간편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데는 3개월이 걸렸지만, 결제 과정에서 공인인증서를 빼는 데 1년 반의 설득이 필요했다. 설득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타협하는 순간 기존 금융과 똑같이 된다.    
사용 편의성 외에 카카오페이만의 장점은.  
그런 질문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가 서비스를 잘 만들었다는 뜻이다. 결제마다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던 것을 비밀번호 6자리만으로 결제할 수 있게 만든 게 카카오페이다. 대출만 해도 그렇다. 과거에는 서류를 직접 떼서 은행을 돌아다녀야 했다. 지금은 카카오페이 앱에서 동의 버튼만 누르면 각 금융회사가 사용자에게 먼저 금리와 한도를 제안한다. 사용자는 상품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금융의 헤게모니가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넘어왔다.  
카카오페이 가입자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카카오페이 가입자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기존 금융권은 핀테크 업체보다 많은 규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핀테크와 빅테크, 금융권을 나누지 말고 금융산업 전반적으로 규제를 풀어야 금융산업이 커진다. 앞으로 금융은 비대면 중심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규제를 풀면 은행이나 카드사도 혜택을 보게 된다. 한국의 경우 인터넷 뱅킹도 먼저 도입하는 등 IT화 등에서는 앞서갔지만 그 후 20년 동안 변화 없이 머물렀다. 공인인증서도 90년대 후반에 나온 걸 얼마 전까지 써야 하지 않았나. 금융은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시켜야 한다.  
기존 은행과 카드사 등도 디지털 분야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한다.
은행도 얼마든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지만, 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기존 금융권이 (디지털 분야에서)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금융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빅테크ㆍ핀테크보다 소비자에게 이롭다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아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은행앱에 배달서비스를 추가한다고 소비자가 은행 앱을 더 쓸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소비자 보호나 고객 가치 쪽에 좀 더 집중하는게 맞지 않나.  
카카오페이가 생각하는 금융의 본질가치는.
금융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나를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인식을 사용자에게 심어주는 게 제일 중요하다. 금융사고에 대해 선(先)보상도 지난해 처음으로 시작했다. 은행권이든 어디든 보이스피싱 같은 사고가 나면 다 발뺌하거나 고객 잘못으로 돌리지 않았나. 카카오페이는 먼저 보상을 하고, 만약 고객 잘못이 드러나면 그때 구상권을 청구한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에서 추천하는 개인 간 금융(P2P) 상품 375개에 모두 투자하고 있다. 류 대표는 “손해가 나거나 연체가 생기면 대표인 내가 먼저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모든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데, 아직 원금 손실을 본 상품은 없다”며 "카카오페이는 제휴된 P2P 업체가 만든 상품을 꼼꼼히 검증하고 있다. 부동산 개발 관련 상품은 직접 현장까지 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7일 오전 경기 성남 판교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7일 오전 경기 성남 판교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직접 증권사를 인수하고 보험사를 설립했다.  

직접 금융업을 하려는 목적은 아니다. 금융플랫폼으로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금융사를 직접 운영해야 할 때도 있다. 예컨대 기존 증권사 시스템으로는 1원 펀드 투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 증권사를 인수했다. 보험도 마찬가지다. 기존 금융사 시스템에서는 그동안 했던 것 이상을 할 수 없다.

굳이 비유하자면 백화점에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입점시키고 싶었지만 이를 만들거나 공급하는 곳이 없어서 직접 제품 생산에 뛰어들었다는 의미다.

지난해 3월 판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 펀드는 최소 납입금액 없이 1원 단위로도 투자가 가능하고, 일부 금액만 환매할 수 있다. 현재 320만명이 계좌를 만들었고 월간 펀드 투자는 800만건이다. 류 대표는 “펀드 판매 건수로만 보면 1년도 안 돼 대한민국 1등 증권사가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사업 확장을 고려하는 분야는.
지금 준비한 투자, 보험, 대출만 해도 넓은 영역이다. 이런 부분의 상품을 다양화하고 깊이를 더해가야 한다. 투자 부문만 보면 펀드에 이어 직접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는 기능을 준비하고 있다.  

류 대표는 카카오에서 보이스톡 등을 만든 개발자 출신이다. 카카오 내에서 카카오페이 사업을 주도하다, 2017년 4월 카카오페이가 분사하며 대표가 됐다. 류 대표는 “원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때마침 카카오 측에서 내부에서 새로운 사업을 해보라고 해 금융 분야를 택했다”며 “한국 금융이 정말 뒤떨어져 있어 바꿀 게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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