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친구의 어머니 위해 간이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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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조금 고생한다면 한사람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잖아요"

30대 젊은 공무원이 간암으로 한달여 밖에 살지 못하는 아내 친구 어머니의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간 절반을 떼어내는 장기이식 수술에 나서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행정자치부 기획예산담당관실 예산계에 근무하는 별정8급 직원인 김대중(30)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성모병원에서 간암을 앓고 있는 아내친구의 어머니 이혜숙(59)씨에게 간 50%를 이식하는 12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김씨 부부는 중학생때부터 아내와 둘도 없는 자매처럼 지내온 친구의 어머니가 4년 넘게 앓아온 간경화가 갑자기 악화돼 간암으로 발전하면서 얼마 살지 못한다는 급박한 소식을 접했다.

아내 친구를 비롯, 이씨의 자녀 4명은 검사과정에서 모두 간염 보균자로 나와 이식수술을 할 수 없었는데다 기한없이 간기증자를 기다릴 수도 없었다.

이씨와 혈액형이 같은 아내가 먼저 이씨를 위해 간이식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아내의 건강과 자녀양육 등을 염려한 김씨가 자신이 대신 이식수술을 받겠다고 말렸다.

장기기증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어머니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어서 가슴만 태웠던 아내친구와 가족들은 김씨의 수술결정에 고마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고 아내 또한 고맙고 미안할 따름이었다.

김씨는 수술전 아내에게 "죽으면 아무 쓸모없는 몸"이라며 "몸 일부를 떼어내 소중한 한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오히려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고 아내는 "고맙고 두분 모두 빨리 쾌유하길 빈다"고 했다.

동료 공무원들은 "김씨가 평소에도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헌혈 활동을 꾸준히 하는 등 좋은 일을 많이 베풀어왔다"고 입을 모았다.

병원측은 "장시간의 위험한 수술이었지만 성공적이었다"며 "김씨는 곧 회복하고 수혜자인 이씨는 무균실에서 한달여 경과를 지켜봐야 하지만 위험한 고비는 넘겼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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