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주유소 휘발유 9개월 만에 1500원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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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는 직장인 이민영(39)씨는 6일 집 근처 주유소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가격 안내판에 휘발유 값이 L당 1528원이라고 붙어 있어서다. 한 달 전쯤 같은 곳에서 주유했을 때보다 L당 100원 가까이 올랐다. 이씨는 “지난해는 기름값 부담이 적었는데 연초부터 시름이 늘었다”고 말했다.

사우디 감산 여파 국제유가 들썩 #“하반기 소비 늘며 완만히 오를 것”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값은 L당 143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L당 1247원까지 떨어졌던 것을 고려하면 L당 180원 넘게 올랐다. 서울의 주유소 휘발유 값은 9개월 만에 L당 1500원을 넘어섰다.

반등하는 주유소 휘발유값.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반등하는 주유소 휘발유값.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제 유가는 지난 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발적인 감산 소식에 큰 폭으로 올랐다.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4.9%(2.31달러) 뛴 49.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한때 WTI는 배럴당 50달러 선을 넘기도 했다.

최근 물가동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최근 물가동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름값은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1000)에서 전세(48.9)·월세(44.8)와 휴대전화 요금(36.1) 다음으로 높은 게 휘발유(23.4)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기름값이 오르면 (공산품) 원재료 가격과 물류비가 덩달아 오른다”며 “생활 물가 전반이 들썩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가가 회복세를 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올해 국제 유가를 배럴당 평균 48.4달러(두바이유 기준)로 전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전망도 비슷하다. EIA는 지난해 말 보고서에서 올해 국제 유가를 배럴당 평균 49달러(브렌트유 기준)로 내다봤다. 조영화 석유공사 석유동향팀장은 “하반기부터 소비가 늘면서 유가도 완만하게 따라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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