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중령 '신장이식' 아내사랑

중앙일보

입력

현역 육군 중령이 26년간 투신한 군 생활 마감을 각오하고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아내에게 자신의 신장 한쪽을 떼어내 이식하기로 해 가족사랑의 귀감이 되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한미 연합사령부 공병부 지형분석실 운영과장인 김봉춘(金奉春.48) 중령.

김 중령은 지난 2000년 육군 복지근무단에서 군무원으로 근무중인 부인 유복남(46)씨의 신장 기능이 정상인의 30%에 불과하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해들었다.

이후 신장기능 회복을 위해 혈액투석 등 수많은 치료를 했지만 상태는 더욱 악화돼 그 기능이 11%까지 떨어졌다.

"아내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신장이식 뿐"이라는 의료진의 최후통첩에 김 중령은 고민에 휩싸였다. 군이라는 조직의 특성상 신장을 떼어내 주면 전역해야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못할 게 뭐가 있느냐"며 이식을 결심한 김 중령은 곧바로 조직 검사에 들어갔다.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면 조직 적합도가 5% 안팎에 불과하지만 하늘도 도왔던지 다행히 김 중령은 이식 적합 판정을 받았다.

김 중령 부부는 오는 30일 서울 세브란스병원에서 이식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김 중령은 수술후 계속 근무여부를 결정하는 등급 판정에서 7급을 받으면 전역해야 하고 8~9급일 경우 전역심사위에서 계속 복무 여부를 판정받게 된다.

그는 "세상에서 가족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느냐"며 "무엇보다 가족의 건강이 우선이라는 생각에서 이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지난 95~96년 인도.파키스탄 분쟁지역에서 유엔평화유지군 업저버로 활동하는 등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 주변에서는 그가 수술후에도 군 복무를 계속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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