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국 한국·호주, 우리 지역의 미래 우리가 그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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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우고 이임하는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 .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우고 이임하는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 . 박상문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한국은 북핵 문제 같은 당면 과제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역량이 충분하고, 호주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함께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떠나는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 #“한국, 보다 강력한 역할 할 힘 충분 #미·중 긴장 속 협력할 일 더 많아”

오는 8일 이임을 앞둔 제임스 최(51) 주한 호주대사는 중앙일보와의 고별 인터뷰에서 “역내에서 한국과 호주만큼 많은 공통점이 있는 나라들도 없다”고 말했다. 첫 한국계 호주대사로 2016년 12월 취임 당시부터 주목받았던 최 대사는 “나를 만난 한국 젊은이 중 단 한 명이라도 새로운 사고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면 공공외교를 위해 애쓸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임기를 마친 소회는.
“‘한국계 대사’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지 않았느냐고들 하는데, 아니다. 호주에서 자랐지만 한국과는 항상 강하게 연결돼 있었다. 내가 대사로 온 것 자체가 다양성과 개방성 등 호주가 중시하는 가치를 보여준다.”
한국민들이 호주를 정확히 알게 됐나.
“두 나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무역국가이며, 역내에 호주와 한국만큼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는 국가들은 없다. 지금처럼 갈수록 국제적 법치가 도전받고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선 양국이 협력할 일은 더 많다. 강대국들이 원하는 바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주권을 지키기 위해 움직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가 사는 지역의 미래는 우리가 그려야 한다.”
‘2017 중앙서울마라톤’ 참가한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

‘2017 중앙서울마라톤’ 참가한 제임스 최 주한 호주대사.

호주는 ‘중견국 외교’의 최강자다.
“호주는 자유와 법치,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왔다. 이런 원칙들이 호주 외교정책의 기반이다. 한국도 중견국으로서 한국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힘을 갖고 있다.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정학적 현실은 한국이 동북아의 제로섬 게임에 갇히는 배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당면한 문제를 넘어 지역과 세계에서 보다 강력한 역할을 할 역량이 있다. 이를 위해 비슷한 가치와 이익을 추구하는 역내 파트너들이 필요할 텐데 호주는 언제나 한국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
활발한 공공외교를 펼쳤는데.
“숙명여대 강연에서 한 학생이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만 따르면 된다고 해서 그렇게 살아왔는데, 이제는 창의적으로 생각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나도 한국인 부모 밑에서 자랐기에 그게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안다. 내 강연 등을 통해 한국 젊은이 중 한 명이라도 틀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영감을 얻었다면 공공외교에 쏟은 노력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
북한 문제에 대한 호주의 입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한 역학 구조를 바꾸기 위해 한 노력을 환영한다. 대화 채널을 구축해 국제사회의 메시지를 북한에 직접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유지할 경우 명확한 대가를 치르도록 압박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압박과 대화 병행’이라는 접근법을 국제사회가 단합해 취해야 한다.”

유지혜·박현주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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