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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아 낙태… 살해 만연

중앙일보

입력

딸이 시집갈 때면 살림이 기울 정도의 지참금을 주어 보내야 하는 오랜 전통 때문에 인도에서는 여자 아기가 태어나자 마자 숨을 끊어놓는 잔인한 악습이 계속되고 있다고 CNN 인터넷판이 7일 보도했다.

인도 당국에 따르면 남부 타밀나두주의 살렘시에서만도 지난 몇 해 사이에 4천500명의 갓 태어난 여자아기들이 부모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여아살해가 오랜 전통이라면 초음파 진단이라는 현대적 의학기술은 여성태아살해라는 새로운 현상을 낳아 현재 인도 인구의 출생시 성비는 남아 1천명 당 여아 880명으로 엄청난 불균형을 이룬다.

관련 법규 개정과 당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살렘시에서 여아 낙태건수는 크게 줄었지만 아직도 여아살해의 풍습은 엄존하고 있다.

시당국은 의심스러운 아기의 죽음에 대해서는 무조건 살인으로 간주하겠다고 부모들에게 엄포를 놓고 있지만 아직도 경찰은 곳곳에서 아기 무덤을 찾아내고 있다. 최근 경찰은 돌무더기에 파묻힌 지 15시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숨을 쉬고 있던 신생아를 꺼내 살려내기도 했다.

딸 셋을 둔 한 여성은 얼마 전 또 딸을 낳은 뒤 주위의 강요에 못이겨 담뱃잎을 갈아 물에 타서 아기에게 먹였더니 숨졌다면서 "아기를 키우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며 평생 죄책감과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여자 아기들은 질식이나 독살, 굶겨 죽이기, 아니면 하수도나 쓰레기장에 버리기 등 여러 방법으로 살해된다.

이같은 여아살해 풍습의 원인은 물론 결혼 지참금에 있다.

법률로는 금지돼 있지만 지금도 여느 가정에서는 딸이 시집갈 때 엄청난 지참금을 주어 보내야 하기 때문에 딸이 둘만 돼도 웬만한 집은 살림이 거덜날 정도이다.

한 인도 남자는 "딸을 키우는 것은 남의 밭에 물 주기나 마찬가지"라고 푸념했다.

인도 남부지역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키우지 못할 아기를 죽이지 말고 주 당국에 인도하도록 권장했으며 이 계획으로 당국에 넘겨진 아기 수가 420명명에 달했다.

당국은 여성에 대한 교육 확대와 이들의 취업 알선 등 빈곤층이 여아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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