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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시에서 식사비 받는데…밥 대신 초코파이 준 버스회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회사 측 “조리원 확진 때문…곧 정상화”

서울 한 버스회사에서 버스기사들에게 점심으로 제공했다는 과자와 베지밀. [사진 독자]

서울 한 버스회사에서 버스기사들에게 점심으로 제공했다는 과자와 베지밀. [사진 독자]

서울의 한 버스회사가 식당 조리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이유로 소속 버스기사들에게 밥이 아닌 빵·과자 등을 식사로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 식사비 별도 항목 지원 검토중

 이 회사 버스기사 A씨는 “조리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회사 측이 지난 29일 저녁부터 이틀 동안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며 “밥 대신 29일 저녁엔 빵과 베지밀, 30일 아침엔 초코파이 2개와 베지밀, 이날 점심엔 카스타드 과자 2개와 베지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회사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그냥 배차하는 사람이 빵을 줬다”며 “이걸 먹고 어떻게 운전 일을 하라는 건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다른 버스기사 B씨도 “요즘 도시락 업체가 얼마나 많은데 정말 황당하다”라고 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 회사 조리원이 확진된 것은 지난 29일이다. 회사 측은 서울시를 통해 “확진자가 나와 식당이 폐쇄되면서 급하게 300명 넘는 식사를 내다보니 평소 같은 식단을 제공하지 못했다”며 “식당에서 일할 사람을 오늘(30일) 어렵게 구했다. 최대한 빨리 정상운영하려고 한다”고 해명했다.

 관리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지 모른다는 공포심에 급하게 자가격리 등 코로나19에 대처하느라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설명도 없이 빵 줘…도시락도 아니고 황당” 

또 다른 서울 버스회사의 식사. 버스기사들은 일부 버스회사들의 식사가 부실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 독자]

또 다른 서울 버스회사의 식사. 버스기사들은 일부 버스회사들의 식사가 부실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 독자]

 비단 이 회사뿐만이 아니고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의 식사 질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서울 시내버스는 2004년 도입한 준공영제에 따라 서울시 재정 보전으로 운영되고 있어서다. 서울시가 총 13개 항목에 대해 버스회사를 지원하는 상황에서 식사비는 기타복리비에 포함돼 지급된다.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버스 한 대당 하루 기타복리비를 1만1236원꼴로 지급한다”며 “기사들 근무복이나 식사비로 쓴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버스 한 대당 인력이 2.5명 정도이며 기타복리비는 1일 1회 식사비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버스 회사 65곳의 1인 평균 식사 단가는 3500~4000원 수준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빵을 식사로 지급해 문제가 된 회사는 식당을 직영 운영하고 있으며, 평균 식사 단가는 3371원이 책정돼 있다.

버스기사 식사 질 문제 꾸준히 제기돼

서울 시내의 한 버스정류장.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한 버스정류장.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서울시 버스정책과 관계자는 “밥을 제공하지 못할 상황이면 상황을 설명하고 식사비를 주면서 사 먹으라든지 하는 게 맞는 방법”이라며 “준공영제로 운영하더라도 식대 일부는 회사 자금으로 충분히 더 좋게 할 수 있고 그게 사용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식사 질과 관련한 논란이 있어 ‘버스 표준운송원가 개선’ 관련 용역에서 식사비를 별도 항목으로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논란이 된 해당 회사에 대해선 현장점검을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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