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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206만 시대, 문 정부 ‘공공부문 정규직화’가 한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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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각각 100만 명 노조 시대를 열었다. 노조조직률은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조조직률은 12.5%에 달했다. 1998년 12.6%를 기록한 뒤 21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12%대 진입한 것은 2001년 이후 18년 만이다.

노조조직률 12.5%, 21년 만에 최고 #문 정부 들어 2년 연속 크게 늘어 #민간은 10%인데 공공부문 70.5% #재계 “문 대통령 공약, 정부가 지원”

노조조직률은 2018년 1.1% 포인트 급증한 뒤 2019년에도 0.7% 포인트 상승했다. 노조조직률은 1989년(19.8%)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꾸준히 하락 또는 보합세였다. 그러다 현 정부 들어 2년 연속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현 정부 출범 전에는 2010년 9.8%, 2011년 10.1%, 2016년 10.3% 등 10% 안팎의 조직률을 기록했다. 조합원 수는 20만 명 증가한 253만1000명이었다. 2018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증가치(24만3000명)를 보인 이래 2년 연속 20만 명대 증가세다.

노조 조직률 및 조합원수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노조 조직률 및 조합원수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민주노총의 조합원 수는 104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한국노총은 101만8000명의 조합원을 거느렸다. 전체 조합원의 41.3%가 민주노총, 40.2%가 한국노총 소속이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창립(99년 11월) 19년 만에 처음 한국노총을 제치고 제1 노동단체로 등극한 뒤 2년 연속 이 자리를 지켰다. 두 노총의 조합원 수 차이는 2만7000명으로, 지난해 3만5000명보다 8000명 줄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노조조직률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빠져 있다. 전교조는 올해 대법원에서 합법 노조로 인정돼 법외노조이던 2019년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다. 전교조 조합원은 5만여 명이다. 이들은 민주노총 소속이다. 전교조 조합원을 합산할 경우 한국노총과의 격차는 크게 벌어진다. 한국노총은 2016년까지만 해도 매년 20만 명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제1노총 자리를 유지해왔다.

상급단체별 조직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상급단체별 조직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노조조직률과 조합원 수가 급증세를 이어오는 데 일등공신은 공공부문이다. 2017년 63.2%이던 공공부문의 노조 조합원 비중이 2018년 68.4%로 5.2% 포인트나 폭증했다. 이어 지난해 70.5%로 2.1% 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비해 민간부문의 노조조직률은 10%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과정에서 노조에 가입하는 근로자가 많아 노조조직률과 조합원 수가 동반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정부의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사회적 대화조차 외면한 민주노총을 정부가 지원해서 세를 불려준 셈이 됐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제1노총의 자리를 확고하게 굳혀가면서 향후 노정관계의 경색이 우려된다. 특히 양경수 차기 민주노총 위원장은 내년 11월 3일 총파업 등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앞으로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시사한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대화체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제1노총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표성이 논란이 일 수밖에 없어서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말 제1노총에 등극한 것을 계기로 “노정(勞政)협의 등 새로운 노정관계의 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법적 사회적 대화체인 경사노위를 부정한 셈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다. 강력한 투쟁을 예고한 양경수 위원장 체제에서는 이런 성향이 더 강하게 노출될 수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민주노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가 힘든 상황에서 대화와 협상 대신 투쟁만을 고집하면 국민적 지지를 얻기 어렵다”며 “사회적 책임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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