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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사과에도 '尹탄핵' 민다..."이런 강경론이 레임덕의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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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특위 1차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에 앉고 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종민 최고위원(오른쪽), 윤호중 법사위원장(왼쪽)도 참석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특위 1차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에 앉고 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종민 최고위원(오른쪽), 윤호중 법사위원장(왼쪽)도 참석했다. 연합뉴스

29일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특별위원회(이하 검개특위) 첫 회의에서 “윤석열 탄핵론에 대한 아무 얘기가 없었다”(오기형 검개특위 대변인)고 밝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많은 의견이 당 안팎에서 쇄도한다. 그런 모든 의견들을 특위가 용광로처럼 녹여서 가장 깨끗한 결론을 내는 역할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개혁은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과 제도를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이어 발언했다.

이 대표가 전날 강조한 “제도적 검찰개혁 추진”에 방점을 둔다는 메시지가 명확했다. 하지만 이날 민주당 곳곳에선 탄핵론 등 윤 총장 개인을 겨냥한 발언이 잦아들지 않고 산발 분출했다. 김남국·김용민·최강욱 등 이른바 ‘조국 수호대’ 출신이 주축인 ‘처럼회’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만으로 윤 총장에 대한 탄핵사유는 갖추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회에서 발전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윤 총장 장모 수사를 거론하며 “윤 총장은 검찰총장 직위를 유지해서도 안 되고 유지할 수도 없다. 공직자의 이해충돌이 불공정과 비리의 상징이라는데 왜 윤석열 총장만 예외냐”고 페이스북에 불만을 터뜨렸다. 같은 당 김성주 의원도 “인사권에 대한 반항이 무슨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저항이라도 되는 듯 영웅시하는 것은 더 기가 막힌 일”이라며 “윤석열 검사는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몰상식한 짓을 하고 있다”고 적었다.

文 사과에도 통제 불능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스1

당 지도부의 이른바 로키(low key·절제된 대응) 전략을 강성 의원들이 받아들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다. 지난 24일 법원이 윤 총장 직무 복귀를 결정한 직후 민주당 지도부는 당혹감 속에서도 “입법을 통한 제도개혁에 매진해야 한다”(재선 최고위원)고 반응했다. 지나친 동요를 지양하고 ‘검찰개혁 시즌2’로 명명한 장기 과제를 가능한 한 앞당겨 추진하자는 분위기였다.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서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관계를 통해 검찰개혁과 수사권 개혁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하라”고 하자 민주당은 곧바로 기존 권력기관 개혁 태스크포스(TF)를 검찰개혁 TF로 전환해 대응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추천위도 속도를 내 28일 최종 2배수 후보 2인(김진욱·이건리)을 대통령에 추천했다.

하지만 친문 강성 지지층이 이 같은 움직임에 불만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기존 제도개혁에 앞당기는 것만으로 성에 안 찬다는 반응들이다. 29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과 친여 성향 커뮤니티에는 공수처장 추천 후보들을 놓고 “정치검사와 정치판사 두 명은 최악의 선례다”, “공수처장 최종 후보에 검사장 출신과 김앤장 출신이 말이 되냐”는 불만 여론이 쇄도했다.

레임덕 두려움…균열로

김용민, 장경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공소청법 제정안,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용민, 장경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공소청법 제정안, 검찰청법 폐지법률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민주당 의원들의 윤 총장 공격이 진영 결집 양상을 보이는 지지층 요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오후 김태년 원내대표가 소집한 화상 의원총회에서도 김두관·민형배 의원 등을 중심으로 “(윤 총장) 탄핵할 요건을 다 준비해서 언제든 탄핵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탄핵론이 고개를 들었다고 한다.

시기적으로는 4·7 재보선을 석 달여 앞뒀다. 진영 간 기싸움에서 밀릴 수 없단 위기감에, 집권 4년 차 임기 말 레임덕에 대한 불안감이 복합 작용할 수 밖에 없는 때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레임덕은 야당이나 반대 진영과의 갈등으로 등장하는 게 아니라 통상 내부에서 영이 통하지 않는 식으로 발현된다”고 꼬집었다. 대통령의 국면전환 메시지로도 진정되지 않는 민주당 내 강경론이 되레 레임덕 시작의 방증이라는 해석이다.

총선 전후 완벽한 ‘원팀’ 기조를 자랑했던 민주당에선 이미 공개 균열 조짐이 보인다. 이날 오전 김용민 의원은 전날 박주민 의원이 주장한 독립 기소청을 ‘공소청’ 이름으로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면서 당 지도부와의 교감 여부를 묻는 말에 “특별히 합의가 된 건 아니다. 우리가 지금 여기 이름으로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한 시간 뒤 오기형 검개특위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김 의원의 검찰청법 개정안, 공소청 설치법안은 하나의 의견으로서 이해한다. 특위 내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좀 더 나올 것”이라고 진화했다.

심새롬·김홍범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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