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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장률 64.2%, 文케어에도 3년째 제자리 걸음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병원 중환자실 모습

서울대병원 중환자실 모습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문재인 케어) 시행 3년째인 지난해 건강보험 보장률이 64.2%로 전년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보장률은 건보 가입자가 지출한 모든 의료비 중 건보 부담금의 비중을 의미한다. 정부는 건보 보장성 강화 대책을 통해 2022년까지 건보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매년 평균 1.9% 이상씩 보장률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비급여 진료비의 작지 않은 비중에 난항이 예상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9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19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해 건보 보장률은 64.2%로 집계됐다. 2018년 63.8%보다 찔끔(0.4%포인트) 늘었다. 문재인 케어는 2018년 본격 시행됐다. 현 정부 출범 해인 지난 2017년 당시 보장률은 62.7%에 그쳤다. 문재인 케어 이후 전체적으로 보장률이 1.5%포인트(62.7%→64.2%)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 2015년 건보 보장률(63.4%)을 감안하면, 증가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보장률 증가 폭이 더딘 것은 비급여 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급여는 환자가 전액 부담한다. 가격도 병원마다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 비급여 본인 부담률 비중은 전체 의료비 지출의 16.1%로 나타났다.

통상 상급종합병원의 의료비 부담이 큰 편이지만 중증 질환에 대한 보장성 강화로 보장률은 69.5%다. 전년보다 0.8%포인트 상승했으며, 전체 보장률보다 높다. 비급여 부담률도 10%로 낮은 편이다. 반면 환자들이 가장 자주 찾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건보 보장률은 57.2%로 떨어졌다. 비급여인 통증ㆍ영양주사 등 주사비, 재활ㆍ물리 치료비 등 증가로 인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의원의 비급여 부담률은 23.8%로 상대적으로 높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의료취약계층인 ‘5세 이하’(69.4%)와 ‘65세 이상’(70.7%)에 대한 보장률은 전 국민 평균치(64.2%)보다 높았고, 특히 1세 미만 영유아(79.4%) 보장률은 전년보다 5.2%포인트 증가했다.

2022년 보장률 70% 목표 달성 어려울 듯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5년 63.4%, 2016년 62.6%, 2017년 62.7%, 2018년 63.8% 등으로 60%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2017년 문재인 케어에 시동을 걸었다.

초음파, 자기공명영상진단(MRI) 등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 진료 3800여개를 급여화하고 2022년까지 30조6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선택진료비를 폐지했고, 상복부ㆍ뇌ㆍ혈관 초음파에 건강보험을 적용했다. 지난해 비뇨기ㆍ하복부 초음파 검사와 동네병원 2ㆍ3인실과 응급실ㆍ중환자실 진료, 난임치료시술 등에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됐다. 하지만 지난해 보장률이 0.4%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쳐, 목표인 70% 달성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은 “보장성 확대에 따라 국민들이 경감받은 의료비는 총 4조원으로, 아동ㆍ노인 등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의료비 경감액이 1조4000억원,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한 비용 경감이 2조6000억원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2018년 보장률이 전년에 비해 1.1포인트 상승한 것을 두고 “보장성강화 대책이 본격 시행되는 내년에는 보장률 상승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9년 보장률 상승폭은 줄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서남규 의료보장연구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2018년도에는 굉장히 큰 규모의 고가의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그걸 관리해 왔던 반면에, 2019년도에 회수된 비급여는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또 한편으로 의원급의 선택적인 비급여가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그 효과가 상쇄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에 보장률이 더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던 이유는 2018년도 말에 추진된 급여 정책효과가 2019년도에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 효과는 종합병원급 이상의 보장률이 올라간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상황은 그 외 저가의 선택적 비급여의 증가가 크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라고 덧붙였다.

건보공단은 “보장률을 높이려면 MRI 등 의료적 필요성이 높고 가계 부담이 큰 비급여 항목을 지속적으로 급여화하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비급여 통증ㆍ영양주사, 도수치료, 물리치료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의 재정 수지는 지난해 2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건보공단은 "당초 계획한 범위 안에서 운영 중"이라고 설명한다. 2019년도 누적 준비금은 1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재인 케어 계획 당시 재정적자는 3조1000억원, 준비금은 17조4000억원이었다. 건보 관계자는 “3000억원 수준의 건강보험 재정 수지가 개선됐다”고 밝혔다.
세종=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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