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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한창수 사장 사의…임원진 퇴임도 잇따를듯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월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창수(61)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물러난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ㆍ합병(M&A) 작업이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 사장은 최근 회사에 사의를 표명했다. 사표 수리는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한 사장의 사의 관련 논의가 있었으며, 한 사장이 M&A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용히 물러나겠다는 뜻을 회사 측에 전달했다”면서 “아시아나항공 임원진 교체 정기 인사도 곧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1986년 금호그룹에 입사한 한 사장은 1988년 아시아나항공 창립 멤버 중 한명이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재무담당을 거쳐 2018년 9월 사장으로 취임해 2년 3개월 동안 아시아나항공을 이끌어왔다. 한 사장의 임기는 2022년 9월까지로 1년 9개월이 남았지만, 대한항공의 M&A가 속도를 내면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한 사장 이어 임원진 퇴임 잇따를 듯   

한 사장은 박삼구(75)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금호맨'이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교체가 유력시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은 하반기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경영진의 책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연말 인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사장이 사의 표명을 하면서 산업은행은 인수 주체인 대한항공과 협의해 차기 사장 인선을 비롯한 임원진 교체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등기임원 2명과 미등기임원 37명 등 총 39명의 임원이 근무하고 있다. 임원의 경우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다. 산은과 대한항공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지만, 계약직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만큼 통합 과정에서 상당수가 퇴임할 것이란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에 착수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종결과 양대 국적항공사(FSC)의 통합의 첫걸음을 뗀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또 실사 단계 별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인수 후 통합전략(PMI)과 그 일정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인수준비단은 재무와 자재, 법무, 노무 등 각 분야 임직원 30여명으로 구성됐다. 사진은 17일 오후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계류돼 있는 여객기의 모습. 뉴스1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에 착수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종결과 양대 국적항공사(FSC)의 통합의 첫걸음을 뗀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또 실사 단계 별 산업은행과 금융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인수 후 통합전략(PMI)과 그 일정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인수준비단은 재무와 자재, 법무, 노무 등 각 분야 임직원 30여명으로 구성됐다. 사진은 17일 오후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 계류돼 있는 여객기의 모습. 뉴스1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작업 순항 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의 통합 작업은 순항하고 있다. 산은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했으며 대한항공은 내년 3월 2조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해 인수 및 운영 자금을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 작업도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 인수 준비단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ㆍ운항ㆍ영업ㆍ노무 등에 대한 실사에 들어갔으며 내년 3월 산은에 인수통합계획서를 제출한다.

아시아나항공은 28일 액면가 5000원의 기명식 보통주식 3주를 동일 액면 금액의 보통주식 1주의 비율로 병합하는 3:1 비율의 무상감자를 시행했다. 자본금은 1조 1162억원에서 3721억원으로 줄었으며 발행주식 총수는 2억 2320만주에서 7441만주가 됐다. 이번 감자로 아시아나항공은 연말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게 됐다. 한국거래소는 연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본 잠식률은 56.3%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인천국제공항에 주기돼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들이 인천국제공항에 주기돼 있다. 연합뉴스

경쟁 당국 기업결합 심사는 통합 '변수'

두 회사의 통합에 남은 변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국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다. 대한항공은 내년 1월 14일 기업결합심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대한항공 측은 기업결합심사 통과를 자신하고 있지만 우려의 시선도 있다. 해외 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마치기 위해선 미국ㆍ유럽연합(EU)ㆍ중국ㆍ일본 등의 공정거래 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글로벌 항공업계에서 영향이 큰 EU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올해에만 세 차례 미룬 바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심사는 조건부 통과가 유력하지만, 해외에서의 승인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기업결합 심사가 미뤄져 합병이 늦어질수록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황도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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