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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법원 총공격에 나선 집권당, 삼권분립부터 새로 배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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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유죄 선고를 놓고 여당에서 재판부를 비판하고 성토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어제 “의심의 정황으로 유죄 판결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익표 민주연구원장은 “재판부 선입견이나 편견이 상당히 작용한 매우 나쁜 판례”라고 말했다. 조한기 사무부총장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으니 법 집행의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고, 검찰과 사법부의 유착에 새삼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당내에선 ‘검찰 개혁 이후엔 사법 개혁’이란 말이 서슴없이 나온다고 한다. 법원을 ‘적폐 집단’으로 낙인 찍고 비난을 퍼붓는 것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정경심 1심 재판부 탄핵을 요구합니다’란 청원이 올라왔다.

'검찰 개혁 다음엔 사법 개혁' 말 나도는 집권당 #조국 사태 사과하고 통합정치 펴는 게 옳은 길

판결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다를 수 있다. 또 정치라는 건 논쟁적 사안에 명분과 논리로 공방을 벌이는 것이다. 하지만 법원과 검찰은 권력과 여론의 눈치를 보며 재판하고 수사하는 곳이 아니다. 오로지 사실과 증거, 법리로 판단한다. 재판 결과에 공공연히 불복하면서 ‘선출직 의원이 정의를 대변하고 사법부는 우리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식이라면 입법 독재적 발상이다. 가뜩이나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법사위에 배치한 국회다. 판결에 대한 입장 표명이야 있을 수 있지만 재판 결과와 재판부를 공격하는 건 법치주의 위협이다.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권 들어 살아 있는 권력 수사의 시금석이었다. 또 우리 사회의 진영 간 대립을 극단으로 치닫게 한 결정적 계기였다. 정치적으론 ‘조국 수호’와 ‘엄벌’ 주장이 충돌했다. 여권은 조 전 장관과 상당 부분 범죄 혐의를 공유하고 있는 정 교수 수사 과정에서 대놓고 검찰을 압박했다. ‘검찰이 다분히 보여주기식 영장 청구를 한 것’이라는 등의 공개 비판을 내놨다. 이제 정 교수 유죄 판결로 여권 주장의 허상이 드러났다. 그렇다면 집권당은 재판부에 대한 무차별 공격보다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더 이상의 법치 파괴와 국가 분열이 없도록 앞장서는 게 옳은 길이다.

입법·행정·사법의 삼권분립은 민주 정치의 핵심 원리다. 헌법이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한 것은 이를 통해 입법·행정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위헌 소지 법률안을 무더기로 밀어붙여 의회민주주의의 조종을 울렸다는 비판을 받는 마당이다. 그런 독선과 오만을 사법부로 확장시키려는 뜻이 조금이라도 담겨 있다면 민주주의 토대를 위협하는 권력의 독주다. 민주당은 당명에 걸맞은 민주주의 실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최소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지켜보는 게 마땅한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