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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막 내린 문준용 전시…"논란 염려돼 작품 판매는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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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산갤러리 문준용 개인전 전시장 현장 모습. [사진 이은주]

서울 금산갤러리 문준용 개인전 전시장 현장 모습. [사진 이은주]

서울 금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문준용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 [사진 이은주]

서울 금산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문준용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 [사진 이은주]

한쪽에서는 한 유튜버 등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4.15 부정선거'라 적은 피켓을 세워놓고 확성기로 떠들고, 또 다른 쪽에서는 대여섯 명의 관람객이 전시를 보기 위해 조용히 줄을 서 기다리고···.

23일 오후 4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 회현동 금산갤러리 전시장 앞 풍경이다. 시위대도, 관람객도 인원은 많지 않았지만 현장엔 긴장감이 팽팽했다. 딸과 함께 전시를 보러 온 한 50대 여성이 소음을 참다못해 시위 부대를 향해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자, 시위대에선 "너나 조용히 하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지난 17일 시작된 문씨의 개인전 '시선 너머, 어딘가의 사이'가 23일 오후 6시 30분 폐막했다. 23일 오후 2시 30분 전시장엔 갤러리 직원 외 관람객이 거의 없었고, 드문드문 시간이 지나자 한두 명씩 들어왔다. 금산갤러리 관계자는 "어제 90명 정도가 갤러리를 찾아 가장 많았고 오늘은 그보다 한산한 분위기"라며 "17일 이후 전시를 찾은 관람객은 하루 평균 30명 수준이었다"고 전했다.

7일간 열린 이번 전시에서 팔린 작품은 단 한 작품도 없었다.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는 "한 컬렉터가 전시작 중 한 작품을 구매하고 싶어했다"면서 "하지만 논란에 휘말리는 상황이 염려돼 이번 전시작은 아예 팔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판매 없는 전시'로 마무리를 한 셈이다.

앞서 문씨는 코로나19 시국에 전시회를 개최한 것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자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씨는 "미술 전시회가 무슨 파티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전시회는 작품을 파는 곳"이라며 "그런데 코로나19 시국이라 사람들이 보러 오지를 않으니 팔릴 리가 없다.코로나19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고, 피눈물을 흘리면서 한 점이라도 팔아보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한 점'도 이번 전시에선 팔리지 않았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미디어 아트는 본래 시장에서 거래가 잘 되지 않는다. 제작 비용은 많이 들지만 해외 유명작가가 아닌 이상 미디어 작품을 소장하는 컬렉터도 거의 없다"면서 "그래서 미디어 아트 작품은 소장용보다는 행사 등을 위해 의뢰 받아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갤러리 앞에 줄을 선 관람객들은 "전시가 궁금해서 왔다"고 입을 모았다. 한 60대 여성은 "제가 미술전공자인데 바로 인근에 살아 이 갤러리를 종종 찾았다"면서 "요즘 화제가 된 전시 내용이 궁금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20대 딸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다른 여성은 "큰 애가 미술을 전공하고 있다. 미디어 아트 전시가 어떤 것인지 직접 보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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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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