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이런 공원 없었다, 내년 5월 조성되는 한진섭 조각공원

중앙일보

입력 2020.12.15 12:57

업데이트 2020.12.15 19:03

[사진 한진섭 스튜디오]

[사진 한진섭 스튜디오]

한진섭, 하나되어, 340x300x 170cm, 화강석. 2017년. [사진 한진섭 작가]

한진섭, 하나되어, 340x300x 170cm, 화강석. 2017년. [사진 한진섭 작가]

서울 둔촌동 일자산근린공원 안 허브천문공원에 내년 5월 한진섭 조각공원이 만들어진다. 주민들이 평소 즐겨 찾는 자연공원에 국내 중견 조각가 한진섭(64)의 석조 작품 50여 점이 설치될 예정이다. 허브천문공원 면적은 25000㎡(약 7500평)이며  내년에 1차로 조성되는 조각공원은 11000㎡(약 3300평)에 조성된다. 서울 강동구청은 ‘일상에 녹아든 예술’이라는 모토 아래 허브천문공원 안에 한진섭 작가의 다양한 조각품을 설치해 허브와 조각이 어우러진 명소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작가와 강동구청 '윈윈 협업'
일자산 허브천문공원에 조성
정겹고, 따뜻하고, 경건한 작품

국내엔 이미 유달산 조각 공원 등 조각을 테마로 한 공원이 여러 곳 있다. 그러나 한 작가의 작품으로만 조성된 공원은 없었다. 내년에 한진섭 조각공원이 완성되면 국내서 한 조각가 작품으로만 조성된 조각공원 1호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 작가는 "최근 틈만 나면 공원을 찾아가 보고 있다"면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공원 안에 제가 평생 작업해온 작품을 설치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제 작품은 모두 돌로 만들어진다. 자연과 조각 작품이 한목소리로 어우러져 세계적인 조각 공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한 조각가의 작품으로만 조성된 공원으론 노르웨이 오슬로의 비겔란트 파크(Vigeland Park)가 유명하다. 구스타프 비겔란트(1869–1943)라는 조각가가 평생 조각한 작품 200점을 모아놓은 곳으로,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한진섭, 돌에 온기를 불어넣는 작가 

한진섭, 하마가족, 351x 95x 122cm, 화강석, 2008년. [사진 한진섭 작가]

한진섭, 하마가족, 351x 95x 122cm, 화강석, 2008년. [사진 한진섭 작가]

한진섭, 세상이 다 보이네, 88x 107 x180cm. 화강석, 2009년. [사진 한진섭 작가]

한진섭, 세상이 다 보이네, 88x 107 x180cm. 화강석, 2009년. [사진 한진섭 작가]

한진섭, 생생이, 385 x310 x360 cm, 화강석, 2016년. [사진 한진섭 작가]

한진섭, 생생이, 385 x310 x360 cm, 화강석, 2016년. [사진 한진섭 작가]

작업장의 한진섭 조각가. 내년 5월 강동구에 한진섭 조각공원이 생긴다. [사진 한진섭 작가]

작업장의 한진섭 조각가. 내년 5월 강동구에 한진섭 조각공원이 생긴다. [사진 한진섭 작가]

한 작가는 국내의 대표적인 돌 조각가다. 그의 이름은 몰라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그의 작품을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용인 삼성국제경영연구소의 조각상 '세계를 향하여'부터 서울 크라운해태 본사의 '해태'상,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정의의 가족' 상, 수원 경기과학고 '하나되어' 상 등이 그의 작품이다. 전국 성당에 들어간 작품도 많다. 강원도 대화성당부터 분당 성마태오 성당과 바오로 성당, 서울 논현2동 성당, 홍제동 성당, 천안 쌍용동 성당 등 전국 곳곳의 성당에 그가 깎아 만든 제단과 독서대가 있다. 그의 작품은 돌을 재료로 하지만 친근하고 정겹고, 또 보는 이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태만 국민대 예술대학장은 한진섭 조각가를 "차가운 돌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작가"로 요약한 바 있다.

한 작가는 홍익대 미대, 동 대학원 출신으로 1981년 이탈리아 건너가 카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에서 수학하고 1990년 귀국했다. 그의 작품들은 돌의 다채로운 질감을 풍부하게 살리면서도 부드럽고 온화한 곡면으로 된 것이 특징. 최 학장은 "한진섭은 대지 위에 서 있는 선한 인간을 표현해온 데 이어 따뜻한 시선으로 동물 형상도 표현했다"며 "많은 새끼를 거느리고 유유자적 산책에 나선 돼지가족, 오순도순 모인 하마가족 등을 통해 대립과 투쟁이 없는 세상으로 향한 염원을 작품에 녹여 왔다"고 말했다.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1975년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진섭이 일관성 있게 추구한 소재는 '인간'이었다"며 "그의 작품의 특징은 '단순과 응축'이다. 소박한 형태미가 정교하면서도 부드러운 표면 질감을 통해 드러나 있다"고 평가했다.

강동구청 "길게 내다보고 결정했다"

한진섭, 행복하여라, 185 x90x113cm, 화강석. [사진 한진섭 작가]

한진섭, 행복하여라, 185 x90x113cm, 화강석. [사진 한진섭 작가]

한진섭. 행복하여라, 630 x270x 180cm, 포천석, 2013. [사진 한진섭 스튜디오]

한진섭. 행복하여라, 630 x270x 180cm, 포천석, 2013. [사진 한진섭 스튜디오]

이번 조각공원 추진은 강동구와 작가의 '협업'이란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강동구는 작가로부터 작품을 매입하는 게 아니라 일단 10년간 대여한다. 강동구는 작품을 배치할 공간과 작품 운반·설치 등의 비용을 제공하고 공원 관리 등의 역할을 맡는다. 1차로 전시한 작품은 10년간 후 구와 협의해 작품을 교체하거나 추가 전시를 한다는 방침이다.

대여 형식으로 조각공원 추진이 성사된 데에는 작가가 작품을 충분하게 보유하고 있는 상황도 한몫했다. "작업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외부로부터 의뢰받은 작업을 하는 틈틈이 쉬지 않고 작품을 만들어왔다. 1995년부터 경기도 안성에서 가꿔온 그의 작업장 야외 마당은 이미 나무랄 데 없는 조각공원 수준이다. 한 작가는 "항상 보통 사람들의 삶 속에 가까이 다가가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전시를 할 때 작품에 '만지지 마시오'라는 푯말 대신 '직접 앉고 만져보라'라고 써 붙인 적도 있다"며 "요즘은 매일 조각공원에 대한 구상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이제훈 강동문화재단 대표는 "문학에서도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은 문집과 달리 한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몰입해 읽었을 때 받는 감동이 다르다"며 "한 작가가 눈물겹게 수 십년간 자식처럼 빚어온 작품이 남다른 울림을 전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주민들이 편하게 예술을 접하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성에 자리한 한진섭 조각가의 작업장 야외 마당 풍경. [사진 한진섭 작가]

경기도 안성에 자리한 한진섭 조각가의 작업장 야외 마당 풍경. [사진 한진섭 작가]

한진섭 조각가의 작업장 마당. 마치 조각공원처럼 조성돼 있다. [사진 한진섭 작가]

한진섭 조각가의 작업장 마당. 마치 조각공원처럼 조성돼 있다. [사진 한진섭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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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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