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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가 선택한 수능 '아랍어 로또' 3번으로 다 찍어도 5등급

중앙일보

입력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서울 강남 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3일 오전 서울 강남 한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뉴스1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제2외국어 및 한문 영역의 아랍어 시험이 한 번호로 모두 찍어도 5등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랍어 로또'로 불릴 만큼 잘만 찍으면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시험이 올해도 반복됐다.

23일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올해 수능 아랍어는 30개 문항을 모두 3번으로 찍었을 경우 원점수 50점 중 13점을 받을 수 있다. 표준점수로는 47점, 등급으로는 5등급에 해당하는 점수다.

반면 대부분 제2외국어 및 한문 과목에서는 원점수 13점을 받으면 6~7등급을 받는다. 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일본어는 6등급, 중국어·한문은 7등급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능 아랍어는 매년 가장 많은 수험생이 선택하는 과목이다. 올해도 제2외국어 및 한문 영역 응시자 5만4851명 중 3만8157명(69.6%)이 아랍어를 선택했다. 나머지 8개 과목 중에는 일본어(5626명·10.3%), 중국어(3707명·6.8%) 응시자가 많지만, 아랍어가 절대적으로 많다.

내년부터 '절대평가'…아랍어 로또, 올해가 마지막

아랍어를 가르치는 고교가 거의 없는데도 수능에서는 아랍어에 몰리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아랍어를 잘하는 수험생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시험 난이도가 높지 않아 조금만 공부해도 상위 등급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제2외국어를 포기하고 전부 찍으려는 수험생까지 몰린다.

※자료:한국교육과정평가원

※자료:한국교육과정평가원

게다가 아랍어는 수험생의 평균 점수가 낮아 다른 제2외국어 과목보다 표준점수 최고점(만점)도 높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평균과 만점자의 격차가 클수록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에서 다른 제2외국어 과목의 표준점수 만점은 67~75점이지만 아랍어는 86점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학은 입시에서 탐구영역 성적을 제2외국어 및 한문영역 성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래서 수험생 중에는 탐구영역을 망쳤을 때를 대비해 아랍어를 1~2달 바짝 준비하면서 '아랍어 로또'를 바라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랍어 로또는 내년 수능부터는 사라질 전망이다. 내년에 치를 2022학년도 수능부터는 제2외국어 및 한문 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뀌기 때문이다. 절대평가가 되면 원점수 50점 만점 중 45점 이상이어야 1등급이 나오기 때문에, 낮은 점수로 높은 등급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아랍어 로또는 올해가 마지막이고 내년부터는 학교에서 배우는 제2외국어 과목 중심으로 응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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