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이 탓…" 놔뒀다 키우는 파킨슨병

중앙일보

입력

'나이 탓'으로 방치하다 병을 키우는 질환 중에 대표적인 것이 파킨슨병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앓고 있는 이 병은 노인에게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말과 행동이 느리고 어눌해져도 '나이 때문이려니'하고 내버려두기 쉽다는 것.

서울대병원 신경과 전범석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 중엔 병원에 오기 전까지 '중풍기가 있다'는 말만 듣고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고 그럭저럭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팔.다리 마비 등 신경계 이상이 갑자기 나타나는 중풍과 달리 파킨슨병은 서서히 진행되는 게 특징"이라고 들려준다.

65세 이상에서 1백명당 한명꼴로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에 대해 알아본다.

◇도파민 부족으로 발생

파킨슨병은 뇌 속의 흑질이란 부위의 신경세포가 서서히 파괴되는 병이다. 흑질은 도파민이란 신경전달 물질을 만드는 부위.

도파민이 부족한 결과 떨림증.느린 행동.근육 경직 등 각종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난다. 농약.중금속.약물.뇌손상 등이 발병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할 뿐 아직 정확한 원인은 모른다.

문제는 일반인이 이상을 알아챌 즈음엔 이미 도파민이 80% 이상 없어진 뒤라는 점. 따라서 미세한 행동변화를 통해 병을 조기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

초기 증상은 발병하기 몇 년 전부터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피로가 계속되고 무력감을 잘 느낀다.또 기분이 이상해져 쉽게 화를 내기도 한다. 얼굴은 점차 무표정해지고(포커 페이스), 우울증.소변장애.수면장애.허리나 목의 통증도 나타날 수 있다.

◇늦게 발견되는 증상들

병이 어느 정도 진행하면 나타나는 증상은 떨림증이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이원용 교수는 "손을 무릎 위에 가만히 얹고 있을 때는 떨리다가 움직이거나 물건을 잡고 있으면 덜해지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환자의 느린 행동은 병이 상당히 진행돼서야 발견된다. 근육이 뻣뻣해지는 것도 특징인데 환자의 팔을 펴려고 하면 거부하는 것같이 힘을 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걸음걸이에도 이상이 온다. 이교수는 "보폭이 좁아지고 발을 바닥에 끌면서 걷는데 이때 팔의 흔들림은 거의 없고 몸은 약간 구부린 상태"라고 들려준다. 병이 진행하면서 몸의 균형이 점차 깨져 자꾸 쓰러지려는 경향도 보인다.

목소리 변화도 특징적이다. 이교수는 "목소리가 작아지고 웅얼거리면서 억양도 단조로워져 날이 갈수록 환자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워진다"고 밝힌다.

그밖에 배뇨 장애.변비, 불쾌하게 뜨겁거나 찬 느낌, 벌레가 피부 위로 기어가는 듯한 증상, 심한 피부 가려움증 등을 호소한다. 정신적.정서적 변화도 오는데 가벼운 기억력.집중력 장애가 오면서 이해력.논리적 사고가 떨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다.

◇치료받으면 증상 좋아져

환자의 증상과 전문가 진찰, 뇌촬영 등으로 파킨슨병이 확진되면 치료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전교수는 "아직 완치법은 없지만 고혈압.당뇨병처럼 약물 복용으로 병의 진행을 더디게 하고 증상을 좋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선 부족한 도파민을 보충해주는 치료가 필요하다.

이교수는 "약 복용기간은 평생이라고 할 만큼 장기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치료 도중 환자 상태도 변하고 약에 대한 반응도 기복이 있다"며 "환자 상태에 따라, 부작용 유무에 따라 약 종류와 용량을 조절하며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약을 먹는 도중에 약효가 떨어져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하거나 부작용이 심할 땐 뇌의 일부를 파괴하는 수술을 받기도 한다. 특히 떨림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수술이 도움이 된다. 단 수술은 완치법이 아니며 약의 용량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정도다.

앞으로는 태아세포 이식, 유전자 치료 등을 통해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설명>
나이가 들면서 말과 행동이 어눌해지거나 심리적.정서적 변화가 올 땐 빨리 신경과 진찰을 받아야 한다. 사진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이원용 교수가 파킨슨병 환자에게 신경학적 검사를 하는 모습.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