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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최고 왼손투수 류현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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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메이저리그 최고의 왼손투수에게 주는 워렌 스판상 수상한 류현진. [USA투데이=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최고의 왼손투수에게 주는 워렌 스판상 수상한 류현진. [USA투데이=연합뉴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33)이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명실상부 세계 최고 투수로 올라섰다. 세계 최고 무대인 메이저리그(MLB)에서 또 한 번 ‘최초’의 역사를 썼다.

아시아선수 첫 워렌 스판상 수상 #사이영상 후보 지명에 이은 쾌거 #박찬호·노모·마쓰자카 등 넘어서 #일거수 일투족에 현지 언론 관심

류현진은 22일(한국시각) MLB 최고 왼손 투수에게 주는 ‘워렌 스판상’ 수상자로 뽑혔다. 워렌 스판상 선정위원회는 류현진을 올해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도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토론토 이적 첫해인 올해 12경기에서 5승 2패,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했다. 규정 이닝을 채운 MLB 왼손 투수 가운데 다승 3위, 탈삼진 2위, 평균자책점 2위다.

워렌 스판은 빅리그 역대 왼손 투수 최다승(363승) 기록 보유자다. 1957년 사이영상(당시 양대 리그 통합 시상)을 받았고, 73년 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생전 스판의 거주지였던 미국 오클라호마주 스포츠 박물관이 그의 업적을 기려 99년 이 상을 제정했다.

지난해까지 최정상 왼손 투수 21명이 트로피를 안았다. 랜디 존슨(1999~2002년)과 클레이튼 커쇼(2011, 13, 14, 17년)가 최다인 4회씩 수상했다. CC 사바시아(3회), 요한 산타나(2회), 앤디 페티트, 돈트렐 윌리스, 데이비드 프라이스, 댈러스 카이클, 존 레스터, 블레이크 스넬, 패트릭 코빈 등이 뒤를 이었다.

아시아 선수는 지난해까지 한 명도 없었다. 한국 KBO리그 출신이자 역대 22번째 수상자인 류현진이 그 벽을 넘었다. 워렌 스판상 위너 리스트에 동양인으로는 처음 이름을 올렸다. MLB 진출 8시즌 만의 쾌거다. 이미 류현진이 MLB에 남긴 발자취는 아시아 야구의 신기원이다. 특히 LA 다저스 소속이던 지난해가 그랬다. 29경기에서 182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하면서 평균자책점 2.32를 기록했다. 아시아 출신 투수 최초로 MLB 전체 평균자책점 1위에 올랐던 시즌이다.

류현진 이전 동양인 투수의 평균자책점 최고 성적은 1995년 노모 히데오(일본·당시 다저스)의 2.54였다. 노모는 그해 내셔널리그 2위, MLB 전체 3위로 시즌을 마쳤다. 류현진은 이 수치를 0.22 끌어내려 MLB 데뷔 후 첫 타이틀 홀더에 등극했다. 물론 한국인 선수가 MLB에서 개인 타이틀을 차지한 것도 처음이다. 그 전까지는 박찬호가 다저스 시절인 2000년 내셔널리그 탈삼진 2위(217개)에 오른 게 가장 근접했던 사례다.

눈부신 성과는 계속됐다. 류현진은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최종 투표에서 2위에 올랐다. 1위 표 1장, 2위 표 10장, 3위 표 8장 등을 얻은 결과다. 리그 최고 투수를 뽑는 사이영상 투표에서 1위 표를 얻은 아시아 선수 역시 류현진이 처음이다. 일본 출신 노모, 마쓰자카 다이스케, 다르빗슈 유, 이와쿠마 하사시와 대만 출신 왕젠밍은 사이영상 최종 후보 3인에 포함된 거로 만족했다.

류현진의 기세는 팀을 옮겨서도 계속됐다. 올해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올랐다. 지난해와 달리 1위 표는 얻지 못했어도, 2년 연속 리그 최고 투수 3인 안에 드는 쾌거를 이뤘다. 아시아인 최초의 워렌 스판상은 지난 2년의 성과를 총정리하는 화룡점정이다.

류현진의 위상은 이제 MLB에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굳건하다. 이제 그는 MLB 도전을 노리는 후배(김하성)와 저녁 식사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미국 현지 언론의 관심을 받을 정도다. 지구별 최고 왼손 투수 류현진. ‘워렌 스판상’을 품에 안은 그는 한국 야구가 품에 안은 최고 트로피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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