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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대 성장”…닷새만에 -1.1%서 또 한발 물러선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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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낮췄다. 22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며 “금년 -1%대 성장률을 기록하겠다”고 말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오른쪽)이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오른쪽)이 2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불과 닷새 전인 지난 17일 기재부는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1%로 전망했었다. -1.1%와 -1%대. 별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숫자 안에 담긴 의미는 분명히 다르다. -1%대로 전망을 수정했다는 건 올해 경제성장률이 -1.1% 뚫고 -1.2% 이하로도 내려갈 수 있다는 예고라서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19일 기재부는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며 올해 성장률을 2.4%로 예상했다. “대외 여건이 개선된 흐름으로 가고 있다”(김용범 차관)는 전망과 함께다.

정부의 낙관론은 코로나19에 무너졌다. 기재부는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성장률 예측치를 0.1%로 내려 잡았다.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다른 국내ㆍ외 연구기관의 전망과 달리 정부는 플러스(+) 성장을 주장했다. 물론 이 고집은 금방 꺾였다. 코로나19 확산과 정부의 경제 방역 실패가 맞물려 국내 경기가 가파르게 추락했기 때문이다.

결국 기재부는 올해가 끝나기까지 단 2주를 앞둔 지난 17일 내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1.1% 성장하겠다”며 역성장을 공식화했다. 이마저도 지난달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3차 확산 충격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불과 5일 만에 ‘-1.1% 아래로 더 내려갈 수 있다’(-1%대) 여지를 두는 정부 발표가 나온 이유다. 대신 정부는 2022년 성장률 전망치(3.2%)는 손대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의 성장률 예측은 여전히 다른 기관과 비교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2.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8%, 국제통화기구(IMF)는 2.9%로 각각 전망했다. 3% 이상을 예상한 곳은 기재부 산하 한국개발연구원(KDI) 3.1%나 아시아개발은행(ADB) 3.3% 정도다.

연말 코로나19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다시 번지고 있고 내년까지 확산세가 이어진다는 관측에 이들 전망 역시 추가 하향 조정이 예고되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을 3.0%로 관측했지만 지난달 26일 이주열 한은 총재가 “확진자 증가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 이상 시행된다면 한은의 성장률 전망도 수정될 수 있다”며 2%대 하향 가능성을 일찌감치 시사했다.

내년경제전망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내년경제전망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부의 ‘널뛰는 성장 전망’과 ‘나 홀로 낙관론’의 문제는 크다. 정부의 경제성장률 예측치가 내년 세금 수입 및 국가부채 전망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6개월 전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토대로 짜였다. 경제성장률(실질)은 올해 0.1%, 내년 3.6%고 여기에 물가 상승분까지 더한 경상성장률은 올해 0.6%, 내년 4.8%란 전망이 바탕이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은 0.1%에서 -1%대로 추락할 예정이고, 정부가 3.6%에서 3.2%로 낮춘 내년 성장 전망 역시 달성이 불투명하다.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가채무는 956조원, GDP 국가채무 비율은 47.3%로 예상됐다. 올해와 내년 경제 규모와 세금 수입이 정부 예상만큼 늘지 않으면 세금 수입은 줄고 그만큼 나랏빚만 더 불어날 수밖에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예상한 내년 3.2% 전망 역시 코로나19 3차 유행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3차 유행에 따른 경제 영향, 백신 등 방역 부문이 안정화되는 데 시간이 상당히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 성장률 하향 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짚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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