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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때 실무자에 책임물어…백신 구매엔 면책권 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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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남중,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최재욱 교수(오른쪽부터)가 20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좌담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김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남중,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최재욱 교수(오른쪽부터)가 20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좌담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세계 10여 개국이 백신을 맞으며 새해를 맞지만 한국은 백신 없는 혹독한 겨울을 지나게 됐다. 이미 엎지르진 물이지만 이제라도 대안이 없을까. 서울대 의대 김윤(의료관리학) 교수, 서울대병원 김남중(감염내과) 교수, 고려대 의대 최재욱(예방의학) 교수가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중앙일보 신성식 복지전문기자가 진행을 맡았다.

백신 관련 의료 전문가 긴급 좌담회 #정부 주도 백신 TF만으로는 한계 #불확실성 큰 백신 국민과 소통해야 #백신 부작용 강조는 '악수'될 수도 #방역평가는 사회격차 등 지표 봐야

백신 없이 겨울을 지나게 됐다.
최재욱= “백신을 빨리 확보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한 달이라도 먼저 백신을 확보해서 맞는다면, 그만큼 경제적인 상황의 정상화도 빨리 이뤄질 수 있어서다. 지난 10월까지 국내 경제손실만 78조 원이다. 한 달에 거의 10조원 가까이 손실이 발생한다. 충격이 크다. 백신 확보는 공격적으로 하되 접종은 신중하게 하는 두 가지 전략을 충족하지 못했다. 안전성에 치중해 안이했다. 안타깝다.”
김남중= “‘백신의 안정성 때문에 접종을 미뤄야 한다’는 것은 통계와 관련해 맞는 말이 아니다.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의 50%가 근육통이나 피로감을 호소한다. 맞은 자리가 붓기도 했다. 이런 정도는 다른 백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중에서 일상생활을 못 할 정도로 부작용이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임상 도중) ‘횡단척수염’이 2명 보고됐다. 하반신 마비를 일으킨다. 이런 문제 때문에 백신 접종을 미룬다는 것은 그럴듯해 보이나 따져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65세 이상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은 상대적으로 높다. 기저질환(지병) 있는 환자도 마찬가지다.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손해를 압도하는 그룹이다. 이 그룹이 제일 빨리 맞아야 한다.
김윤= “뭐라 해도 정부가 백신을 확보하는데 소극적이었다. 그것 때문에 다른 선진국에 비해 국내 접종 시기가 3개월 이상 늦어지게 될 것이 명백하다. 왜 그랬을까.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실무자에게 책임을 물은 적 있다. 이번 코로나19 백신 확보과정에서 어떤 고위 정책결정자도 ‘선 구매 계약금 날려도 좋으니 공격적으로 확보해라’는 메시지를 주지 않았다. 위에서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부담을 실무자가 떠안는 구조다. (혹시 모를 감사를 피하려) 실무자 입장에서는 보수적, 안정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 우상조 기자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 우상조 기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나.
최재욱= “지금 ‘왜 늦게 도입했냐’며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초기 불확실성이 컸다. 어느 제약사의 백신이 완주할지 확실하지 않았다. 이런 불확실성을 해결하려 (복수 제약사와 계약을 맺어) 물량을 늘리는 거다. 이때 입찰·조달 과정에서 발생할 책임을 덮어줄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건 공무원 중심의 백신 TF가 못한다. 그런데 컨트롤 타워가 없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인 정세균 국무총리가 해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부담을 지는 게 싫을 것이다. 감사원과 협의해 (적극적 백신 도입과정에서) 예상되는 법적 문제가 뭔지, 예외조항이 뭔지 풀어줘야 한다.”
지난봄에 백신이 코로나19를 끝낼 거라고 보고 선진국은 지도자가 나섰다.  
최재욱= “뭔가 정부 내부에서 문제를 정확히 짚은 뒤 정책 과제로 올려 검토·판단하는 결정구조가 작동하지 않았다. 다른 국가처럼 (백신 구매가) 국가 지도자가 결정해야 할 중요한 사안인데, 우리는 대통령이 그걸 인지해서 검토하는 과정이 안 된 거다.”
김윤=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내가 책임진다. 전권 줄 테니 백신 물량 조기에 확보해라’라는 메시지 명확히 내야 했다. 확보 물량도 중요하지만, 도입 시기가 정말 중요하다. 나중에 감사원 감사 같은 걸 받지 않도록 행정적 책임의 면책권을 줘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하면서 빚어진 사회·경제적 피해 정말 심각하다. 재난지원금은 수십조 쓰면서 백신이나 병상·인력확보 비용은 인색하다. 1000분의 1이라도 병상·인력 등 확보에 썼다면, 지금처럼 거리두기 힘들게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우상조 기자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우상조 기자

정부는 부작용 때문에 서두르지 않았다고 한다. 
김남중= “정부는 (도입 시기가 늦은) 궁색한 상황을 설명하려 부작용으로밖에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안전성 검증 후 쓴다고 하지만 핑계 같은 느낌이다. 언제 들여온다고 정확히 알려야 한다. 미적미적하면 더 불신을 산다. 아마 구두로 약속했다거나 밝힐 만한 아니니까 안 밝히는 것 같다. 명쾌하게 해도 혼선이 오는데, 두루뭉수리 화법을 쓰니까 국민이 공감하지 않고 분노하는 것이다."
김윤= “정부가 ‘왜 공격적으로 확보 안 했냐’고 비판받으니 부작용을 부각했다. 그런데 이게 양날의 칼이 됐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불안감이 커지면 코로나19 백신의 접종률도 낮아질 것이다. 지난 독감 백신 사례에서 보듯 접종 과정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반적 부작용도 백신 (품질)과 연관해 의심한다. 방역 역효과를 낼 것이다.”
최재욱= “결국 안전성 문제 판단을 내린 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다. 악수를 둬서 독감에 이어 코로나 19 백신 신뢰를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백신 물량 도입 후) 접종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인지. 지금이라도 질병청이 국민이 이해하도록 명확하고 투명하게 얘기해야 한다. 백신은 본인이 ‘안 맞겠다’ 하면 억지로 접종시킬 수 없다. 일본은 최근 접종 공식 스케줄을 공개했다. 1월 다른 나라의 접종결과를 보고 2월에 접종하겠다는 전략이 나온다. 왜 접종 시기가 늦어졌는지 이렇게 설명한다. 백신을 확보한 상태이니 문제가 될 게 없다. 하지만 우리는 한편에서는 ‘빨리 도입하라’고 재촉하고 다른 쪽에서는 ‘위험하니 늦춰야 한다’는 혼란스러운 메시지가 남발된다.”
백신은 불확실성이 크다. 
김남중="그렇다. 지난 다음에 (결과를 보고) 비난하긴 무척 쉽다. 만약 정부가 백신 선 구매 비용으로 2조를 투입했다가 그 제약사가 개발에 실패해 돈을 날렸다면 어땠을까. 국민과 야권이 비난했을 것이다. 이런 부담 때문에 백신을 적극적으로 구매하지 못한 것이다. 불확실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1976년 미국 돼지 독감 때를 예로 들면, 최종 감염 환자는 13명 이후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대대적인 백신 접종 후 심각한 호흡장애인) ‘길리안 바레 증후군’ 부작용으로 25명이 숨졌다. 이처럼 백신 어렵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너무 크면 국민 여론을 들은 뒤 결정하면 된다. ‘물량확보 위해 2조 선입금했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도 사는 게 좋을까요’라고 소통했어야 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우상조 기자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우상조 기자

야당이 책임자 처벌을 주장한다.
김윤= “지금은 접종시간을 단축하도록 철저히 준비할 때다. 정 따지고 싶으면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야당이 백신 문제를 정치 쟁점화해서 도움이 안 된다. 야당은 공격만 하지 말고, 정부는 변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추가 물량을 구매해 접종 시기를 당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방역에 정치가 개입하면 왜곡된다.”
지금이라도 백신 확보할 방안이 있나.
최재욱= “3~5월쯤 백신 선구매가 이뤄질 때는 구매자가 '갑'이었다. 불확실성이 컸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비교적 유리한 조건으로 구매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지금은 구매자가 을도 아니고 병·정 처지다. 선금이 아니라 100% 돈 다 줘도 못 구하는 판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예정보다 몇 개월 밀리면서 몇몇 나라에서 선 구매한 물량을 취소할 수 있다. 특히 백신 확보문제는 민·관합동 컨트롤타워가 중요하다. 백신 협상은 민간 다국적기업과의 협상이다. 복지부 장관이 제약회사 임원과 협상회의를 하는 건 쉽지 않다. 구매는 구매 전문가, 조달은 조달 전문가 등이 맡아야 한다. 변호사도 필요하다. 영국이나 싱가포르는 바이오 관련 민간 책임자를 두고 전문가팀을 구성했다. 백신 인도시기, 확보시기 이 모든 걸 정부 공무원이 결정할 수는 없다.” 
정부가 도입 결정한 아스타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연합뉴스

정부가 도입 결정한 아스타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연합뉴스

국제 백신공급 협의체인 코박스 퍼실리티는 어떻게 보나.
김윤= “알기로는 정부가 코박스 통해 확보한 물량(1000만명분)은 거의 확실할 것이다. 내년 2~3월쯤 (순차적으로) 한국에 1000만명분을 인도할 거로 예상된다. 백신 물량과 확보 시기 관련해서는 차분하게 기다리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때까지 말이다. 너무 정부 몰아세운다고 협상에 유리한 입장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정부는 상당한 압박 받고 있다. 물론 4400만명분 확보하긴 했는데, 도입이 좀 늦어지긴 했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내년 가을까지 접종 마친다고 했다. 최악 상황은 아니니 좀 참고 기다려보자.”
국내 도입 예정 코로나19 백신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내 도입 예정 코로나19 백신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올려야 하나.
김윤= “격상에 반대한다. 지금 상태에서 3단계로 올려도 감염 재생산지수(감염자가 추가 감염시키는 인원)가 1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 전체 감염에 25~30%가 요양원과 요양병원, 교회, 방문판매 등 시설에서 발생했다. 요양병원 집단감염이나 교회 성가대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수련회에 가는 건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만약 3단계로 올렸는데 확진자가 줄지 않으면 내년 2월까지 유지해야 한다. 저소득층, 자영업자는 3단계 상태로 몇달을 버틸 수 없다. 거리두기는 취약계층에 피해가 집중하는 방역 방식이다. 대신 방역지침을 지키는지 면밀하게 감독하고, 확진자를 빨리 찾는 게 낫다. 전국 교회는 8만개, 공무원은 60만명이다. 주일마다 방역지침 준수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김남중= “방역을 잘하고 있는지 판단할 때 여러 요소가 있다. 확진자 수뿐 아니라 사망자와 자살률·우울증·소득격차·교육격차 등 고려할 요소가 많다. 정부는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거리두기 단계 결정에 앞서 이런 지표를 공개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공통된 목표가 환자 수를 줄이는 것인지 경제적인 다른 요인 등이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최재욱= “현재 (코로나19) 1차 감염이 어디서 나오는지 보면 일상접촉이 35%다. 가족이나 지인 감염이라는 의미다. 가족 감염은 거리두기로 해결할 수 없다. 수도권의 경우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일상화됐다. 무증상 감염 비율은 25% 수준이다. 현재의 거리두기 방역이 유효하지 않다고 인정하고 해결책을 바꿔야 한다. 안 되는 것 위주의 네거티브 방식이 아닌 이것만 지켜달라고 나열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가야 한다. 우리 국민은 가이드를 정확하게 주면 실천한다. 이러한 방식으로의 전환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수도권만이라도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빨리해야 한다. 1~2주만 하고 해제하면 된다. 지방으로 퍼지면 통제 불가능해질 것이다.”  
17일 오후 울산시 남구 양지요양병원 앞에서 의료진과 119구급대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울산시 남구 양지요양병원 앞에서 의료진과 119구급대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중증환자 병상 확보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남중= “중환자 병상 운영의 제일 큰 문제는 스텝다운(Step-Down)이 안 되는 거다. 상급종합병원 내 중환자 가운데 상태가 호전되면 2차 병원 등으로 전원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받지 않으려 한다. 이 때문에 다른 코로나19 중환자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정부는 ‘문서’만 보낸다. 현장에서는 왜 병상이 부족한지, 2차 병원에서는 왜 안 받으려고 하는지 등 알아본 뒤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답답한 ‘문서 정부’다. 감염병 전문가들이 환자 보는 시간보다 전원 관련 민원 응대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뺏긴다."
최재욱= “퇴원하거나 전원하는 중환자를 받을 수 있는 전담병원이 필요하다. 정부와 병원 간 신뢰도 회복해야 한다. 지난 2~3월 대구·경북 1차 유행 때 적극적으로 지원 나선 대구 동산병원의 경우 아직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 이런 트라우마가 있으니 선뜻 나서려는 병원이 없는 것이다. 예외적으로 선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윤= “중증환자는 사망위험이 높아 이송 자체가 위험하다. 중환자를 치료한 병원 내에 일반병동을 하나 비워 활용하면 어떨까. 인공호흡기를 뗀 중환자를 그리로 옮기는 것이다. 준 중환자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서 봐도 된다. 병상 부족에 밀려 기계적으로 상급종합병원에 허가 병상 중 1%를 중증환자용 병상으로 내놓으라는 건 졸속 안이다. 의료계가 나서서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하는 안을 정부가 받아들이면 합리적인 방안이 나왔을 것이다.”

진행=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리=김민욱·이태윤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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