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거리두기가 백신" 외칠때, 리셴룽 "보름뒤 백신 온다"

중앙일보

입력 2020.12.21 00:04

업데이트 2020.12.21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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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뉴스1, 로이터=연합뉴스]

[뉴스1, 로이터=연합뉴스]

“최초의 (백신) 물량은 올해 12월 말에 도착할 예정이며, 이로써 싱가포르는 화이자 백신을 도입한 최초의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리셴룽, 백신 확보상황 접종 일정
예산 8180억 공개 국민불안 해소
문 대통령, 국산백신·치료제 중점
해외 백신 개발 뒤에도 그대로
전문가 “투명·신뢰 리더십 중요”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14일 대국민 담화에서 한 말이다. 리 총리는 이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1년 3분기 이내로 싱가포르 전국민에게 백신을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리 총리 담화 하루 전인 지난 13일 문재인 대통령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10개월만으로 확진자가 1030명을 기록한 다음 날이다. 문 대통령도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리는 백신을 언급했다. 그러나 “백신과 치료제가 사용되기 전까지 마지막 고비다. 그때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이 가장 강한 백신과 치료제”라는 말이 전부였다. “4400만 명분의 물량을 확보했다.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지난 9일)고 했던 백신의 구체적인 접종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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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 지도자가 필요한 건 국가적 위기 때다. 통상 관리 수준을 넘는 결단을 하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적 공감대를 위해선 소통도 필요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각국 지도자들의 역량이 부각되는 이유다. 문 대통령도 포함해서다. 한때 세계적 주목을 받았던 문 대통령의 리더십도 백신 국면이 되자 다른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을 승인하고 전 국민 접종 계획을 발표한 리 총리와 비교되고 있다.

①소통했나=강원택(정치학) 서울대 교수는 “최고의 리더십은 신뢰에서 나온다”며 “코로나처럼 국가적 위기 상황에선 국민이 느끼는 불신은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기일수록 대통령 메시지의 투명성과 구체성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리 총리는 14일 대국민 담화에서 향후 절차를 명확한 청사진으로 그려냈다. 그러면서 “모든 성인이 백신을 맞아야 함을 권고했으나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다”는 점도 명시했다.

반면에 문 대통령은 13일 중대본 회의에서 “실로 엄중하고 비상한 상황이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며 “모두가 힘들고 지쳤지만, 다시 한번 최선을 다하자. K방역은 위기 순간에 더욱 강했다”는 추상적 내용으로 일관했다. 코로나19 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서 문답을 한 적은 없다.

리셴룽 총리가 밝힌 백신 확보 전략

리셴룽 총리가 밝힌 백신 확보 전략

②신뢰할 만한가=리 총리는 코로나 초기 단계 때부터 투명성을 강조해왔다. 그는 지난 3월부터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결정적인 것은 심리적 요소”라며 솔직하고 투명한 정보 공유를 내세웠다. “(감염 사태가) 1년 넘게 지속할 수도 있다. 경제 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할 것 같다”는 경고도 했다.

이에 비해 문 대통령의 낙관적 발언은 비관적 상황으로 이어지곤 했다. 문 대통령은 “머지않아 종식된다. K방역은 모범 사례”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최근에도 “코로나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했으나 오히려 하루 확진자 1000명 시대에 들어섰다.

문 대통령은 또 지난 9일 회의에서 백신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우리나라에 백신이 들어올 때까지 외국에서 많은 접종 사례들이 축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정부가 2, 3월 접종을 꿈꾸는 백신(아스트라제네카)은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기 전일 가능성이 크다.

③컨트롤타워인가=주요국에선 국가 지도자가 회의를 주재하고 발표도 한다. 리 총리의 브리핑도 그 차원이다. 문 대통령을 대신해 백신 수급 상황을 설명한 것은 정세균 국무총리였다. 정 총리는 20일 한 방송에 출연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내년 1분기부터 공급이 시작되는 것으로 약속되어 있다. 다만 1분기 언제라는 것은 특정이 안 되어 있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는 문제를 두고도 문 대통령은 “중대본이 과감히 결단해달라”고 했다.

④변화에 대처 능력 있나=싱가포르도 3, 4월에 확진자가 1000명대로 치솟은 적이 있다. 리 총리는 “(싱가포르) 보건부는 백신 전략을 위한 의사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조직했고, 정부는 이 (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했다”고 했다. 백신 확보에 나선 배경이다. 약 10억 싱가포르달러(약 8180억원)를 배정했고, 모더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시노백 등과 계약했다. 리 총리는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켰고, 싱가포르가 백신 확보 노력의 말미가 아닌 선두에 설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 상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리라고 판단했고 내년 나오는 국산 백신과 치료제에 몰입했다. 문 대통령 스스로 “K방역에 이어 K바이오가 우리에게 다시 한번 희망과 자부심이 되리라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 후에도 정부의 대처는 달라지지 않았다. 정 총리는 “지난 7월 백신 태스크포스(TF)팀이 가동될 때는 국내 확진자가 100명 정도라 백신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전문가의 활용도 차이가 있다. 문 대통령은 의료분쟁 때 의료진·간호사들 갈라치기를 했다. 이번 백신 국면에서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한 것도 지난달 12일이었다.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소장인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백신이 있느냐 없느냐가 리더십의 본질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불확실성의 제거”라며 “현재 백신 확보 상황이 구체적으로 어떠하며, 앞으로 어떤 복안이 있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무엇인지 등을 최고지도자가 직접 말하지 않는 이상 음모론 등 국민적 불안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태화·오현석·서유진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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