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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식 경총회장 “3%룰 사유재산권 침해. 헌법상 문제있다”

중앙일보

입력

“3%룰의 경우 사유재산권 침해라 생각한다. 그 부분은 헌법상 문제도 있어 보인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기업규제 3법(상법ㆍ공정거래법ㆍ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한 경제계의 반대 목소리가 뜨겁다. 이와 관련 손경식(81ㆍ사진)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회장은 17일 본지와 비공식 차담(티타임)을 갖고, 기업규제 3법은 물론 국회 통과를 앞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등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3%룰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시 대주주ㆍ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주주별로 3%까지만 인정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개정안대로라면 외국 자본은 물론 경쟁 기업 관계자 등이 기업 이사회에 진출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단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헌법소원 등 현재는 생각 안해  

손 회장은 이날 “저도 오래 기업을 경영했지만, 올해처럼 힘든 해는 1998년 외환위기를 빼고는 없었다”며 “이에 더해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 기업 경영에 부담을 늘리는 법이 무더기로 통과돼 마음이 무겁다. 기업부담이 커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하지만 “아직 헌법소원이나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신 “관련 문제점들을 정리해서 회원 기업들에 알리고, 또 법에 문제가 있는 만큼 법 개정 노력도 할 것”이라며 “법 시행과정에서 하위법령 등과 관련 정부에 적극적으로 접촉해 많은 보완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낙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월 6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경총과의 간담회에서 손경식 경총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월 6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경총과의 간담회에서 손경식 경총회장의 안내를 받고 있다. 오종택 기자

기업 부담 주는 법 올들어 213건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법안에 경영계의 의견이 반영이 안 된 게) 여당의 의석이 많아서 그런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하는 부분이 있고, 이에 더해 야당 자체가 노선이 불분명하고, 내부에서 서로 목소리가 달라 어려움을 초래한 게 아닌가 싶다”며 “기업활동으로 우리 경제가 많이 전진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기업을 격려해주고 밀어주는 부분은 적어서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손 회장은 “자체 분석 결과 올해 나온 법안 중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는 법안은 213건에 달한다”며 “하지만 기업을 격려해주는 법안은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입법 과정에서 정치권이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를 ‘들러리 취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 “우리도 강도 있게 의견을 전달한 만큼 들러리 섰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다만 정부가 과거에 세워놓은 정책, 특히 대통령 취임하실 당시 여러 공약을 성실히 지키려고 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만난 손경식(사진 왼쪽 넷째) 경총 회장. 뉴스1

지난 10월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만난 손경식(사진 왼쪽 넷째) 경총 회장. 뉴스1

노·사 문제선 정부 중립 강조

그는 정부에 중립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특히 ‘노ㆍ사 문제’에 있어 그랬다.
그는 “이번 노조 관련법들을 다루는 것을 보면 정부는 기본적으로 아주 편향적이고, 이와 관련해 ‘너무 편향적’이라고 여러 번 직설적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한 예로 해직자의 노조 참가를 허용하는 개정안과 관련해 경영계에서는 부당노동행위 처벌 규정을 손질해 달라고 요청한 동시에, 노조의 불법점거를 금지해달라 했지만, 이와 관련한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노조 문제 해결은 기업에만 좋은 게 아니라 국가ㆍ정부ㆍ근로자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며 “정부가 중립을 지켜줘야 노ㆍ사간 타협도 가능해진다”고 호소했다.

"다른 나라 정부 바보 아니다" 

대화 내내 그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강조했다. 손 회장은 “우리는 개방 경쟁 국가로 규제는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다른 나라 정부도 바보고 아니고, 다른 나라가 그런 식으로 제도를 운용하는 이유는 다 있고 우리나라만 그렇지 않게 된다면 (우리만 있는) 규제가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해 기업 자신도 노력하겠단 약속도 잊지 않았다. 손 회장은 “기업들이 많이 변모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국민께 많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청소년 경제교육 등 기업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알리는 교육 방안 등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한 시간 여의 차담은 노(老) 기업인의 당부로 끝이 났다.
“경제 활성화와 코로나19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기업 활력이다. 그래야 일자리도 생기고 경제도 활성화된다. 기업 격려를 많이 부탁드린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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