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의를 표했다. 검찰 개혁에 대해서 강력하게 추진해 주셨는데 결단에 대해서 경의를 표한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한 말이다. 김 원내대표는 “과거 특권을 내려놓고 국민의 검찰로 나가는 개혁은 시대적 흐름이다. 검찰도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여권 내부에선 추 장관에 대해 “철의 여인이다”, “고생하셨다”는 발언이 이어졌다. 청와대 민정비서관 출신인 김영배 의원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당신을 기억할 것”이라며 추 장관을 ‘철의 장관’이라고 치켜세웠다. 추 장관을 ‘철의 여인’이라고 불린 마거릿 대처 영국 전 총리에 빗댄 것이다. 추 장관의 페이스북에는 “고생 많으셨다” “응원한다” 같은 지지자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추 장관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안을 제청한 뒤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과 거취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수처 출범 이후 추 장관이 퇴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지만 민주당 인사들에게선 퇴임을 기정 사실로 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은 17일 연가를 내고 법무부에 출근하지 않았다.
당 핵심 인사들은 추 장관의 사의 표명을 계기로 검찰 개혁을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추 장관이 있으면 윤 총장과의 싸움으로밖에 비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이제는 새판을 짜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법제사법위원은 “개혁 드라이브 국면의 1라운드가 끝났으니 이제는 국면 전환을 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 분리 등 추가적인 조치는 추 장관이 물러나야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당분간 안정 국면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여당 지도부 소속 의원은 “민주당 골수 지지자들은 추 장관을 지지하고 그 반대는 또 다른 의견이지만, 사실 중도층에선 ‘갈등 자체가 지겹다. 둘 다 그만둬라’는 의견이 많았다”며 “그런 의견들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다만, 당내 중진인 안민석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추 장관이 사퇴하면) 불가피하게 대통령과 윤 총장이 각을 세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 장관의 후임자로는 소병철 민주당 의원, 이용구 법무부 차관, 봉욱 전 대검 차장,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다양한 후보군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윤 총장 측은 이날 오후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의 효력 중단을 요청하는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접수할 계획이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