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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후 다른 동네서 살아라" 트럼프 마러라고서 쫓겨날 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 전경. [마라라고 리조트 홈페이지]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 리조트 전경. [마라라고 리조트 홈페이지]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 인근에 사는 일부 주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후 리조트로 이주하는 데 반발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들은 15일(현지시간) 오전 팜비치 타운과 미 비밀경호국에 ‘마러라고를 거주지로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러라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별장으로 ‘겨울 백악관’으로 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동안 30번 넘게 마러라고를 찾아 골프를 치며 최소 130일의 여가를 이곳에서 보냈다. 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기도 했다.

2017년 2월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한 후원자 자녀의 결혼식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인스타그램]

2017년 2월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한 후원자 자녀의 결혼식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인스타그램]

하지만 주민들은 지난 몇 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 때마다 도로가 차단되고 길이 막히는 불편을 감수해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WP가 입수한 편지에 따르면 주민들은 팜비치 타운 관계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마러라고 리조트를 거주지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통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이사 온 전직 대통령을 쫓아내는 ‘불편한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들이 근거로 삼은 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마러라고를 주택에서 클럽으로 전환하며 맺은 계약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연간 21일 이상 숙소에 머물 수 없고, 7일 연속 묵을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 계약에 따라 마러라고는 거주용 주택으로 쓸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지역민들의 반발에 대해 백악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현지 변호사, 팜비치 당국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신분을 밝히기를 꺼린 트럼프 대통령 측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러라고를 거주지로 사용하는 것을 막을 어떠한 문서나 합의서도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12월 28일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2017년 12월 28일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AP=연합뉴스]

예상치 못했던 변수에 골머리를 앓게 된 건 경호국이다. 자칫 트럼프의 퇴임 후 경호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마러라고에서는 별장을 사저로 개조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도 백악관과 뉴욕 트럼프타워 펜트하우스에 있는 짐을 마러라고로 보내기 시작했다. 그는 14살짜리 아들 배런을 플로리다주에서 학업을 마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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