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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몇백 번을 고쳐 쓰는 작업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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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작가들은 초고를 다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한다. 초고를 쓰레기에 비유한 헤밍웨이도 몇백 번을 고치고 고쳐 ‘노인과 바다’를 완성했다.

지난한 퇴고의 과정을 설명할 때 나오는 ‘몇십 번’ ‘몇백 번’ ‘몇천 번’과 같은 말은 붙여야 할까, 띄어야 할까.

‘몇’이 붙은 수 표현의 띄어쓰기가 제각각이다. 사전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다. 한 단어로 올라 있는 ‘수십, 수백, 수천, 수만, 수억, 수조’와 달리 친절한 설명이 없어 헷갈릴 수밖에 없다.

‘몇’은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의문을 나타날 때와 의문의 의미가 아닌 ‘얼마 되지 않는 수’를 이를 때다.

‘몇’이 잘 모르는 수를 물을 때 쓰이면 띄어야 한다. “‘파우스트’는 괴테가 전 생애를 바쳐 집필했다”란 말에 “몇 십 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죠?”라고 묻는다면 ‘몇 십 년’으로 띄는 게 바르다. 구체적인 수를 물어본 것이다.

‘몇’이 그리 많지 않은 얼마만큼의 수를 막연하게 이를 때는 붙이는 것이 원칙이다. “그는 몇십 번을 고쳐 가면서 정성스레 연애편지를 완성했다”에선 ‘몇’이 의문을 나타내지 않는다. 이때의 몇십은 ‘수십’과 의미가 같다.

뒤에 숫자 표현이 오는 ‘몇’은 그 뒤의 숫자와 붙이면 된다. “몇천 배의 효과” “몇만 명의 인파”로 표기한다. 앞에 숫자 표현이 오는 ‘몇’은 그 앞의 숫자와 붙인다. “십몇 대의 자동차” “백몇 권의 동화책”으로 적는다. 앞뒤로 숫자 표현이 오면 뒤의 숫자와만 붙이고 앞의 숫자와는 띄어야 한다. “삼천 몇십 마리” “십 몇만 달러”로 쓴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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