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첫눈’은 왜 한 단어일까?

중앙일보

입력 2020.12.1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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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 지역에 첫눈이 내렸다. 첫눈치고는 제법 많은 양이 내렸다. 이렇게 첫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엔 약속이 많아진다고 한다. 연인끼리, 친구끼리, 가족끼리 등 이런저런 약속을 한다. 아마도 첫눈이 갖는 의미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첫은 무엇보다 설렘으로 다가온다. 거기에다 눈은 세상을 온통 하얗게 뒤덮이게 한다. 하얀색은 어느 색보다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준다.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는 것은 세상이 온통 순수로 뒤덮였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그런지 첫눈이 내리면 왠지 가슴이 설레고 누군가가 그리워진다.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눈치챘겠지만 ‘첫’은 원래 관형사다. ‘첫 만남, 첫 시험’ 등처럼 명사를 수식하는 기능을 한다. 당연히 뒷말과 띄어 써야 한다. ‘첫눈’ 역시 원래는 띄어 써야 하지만 순수와 설렘으로 다가오는 존재를 소홀히 대접할 수가 없다. 그래서 특별한 지위를 부여해 ‘첫눈’이 된 것이다.

‘첫눈’처럼 하나의 단어로 대접받는 대표적 낱말이 또 있다. 무엇일까? ‘첫사랑’이다. ‘첫사랑’은 첫눈보다 더 큰 설렘으로 다가온다. 이들처럼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으면서 한 단어가 된 것으로는 ‘첫날, 첫선, 첫발자국, 첫출발, 첫인상, 첫마디’ 등이 있다.

그렇다면 ‘첫출근’ ‘첫만남’은 하나의 단어일까? 아니다. 한 단어가 될 만도 한데 사전에 올라 있지 않다. 결과적으로 하나의 단어인지 아닌지는 사전이 판단한다. 이들은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제어로 올라 있지 않으므로 ‘첫 출근’ ‘첫 만남’처럼 띄어 써야 한다. 궁금할 때는 사전을 찾아보면 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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