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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귀에 못이 박이나, 박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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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질리도록 자주 들었다는 뜻으로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는 말을 많이 쓴다. 문제가 없는 표현일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써도 되는 표현이다. 관용구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명은 이렇다.

비슷한 표현으로 ‘손에 못이 박이다’가 있다. 여기에서의 ‘못’은 굳은살을 가리킨다. 그래서 ‘못(굳은살)’이 ‘박이다’와 어울려 ‘손에 못이 박이다’ 형태로 쓰인다. 하지만 이 ‘못’은 ‘귀에 못이 박히다’에서 사용되는 ‘못’과는 의미상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귀에 못이 박히다’는 표현을 그대로 관용구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아무리 자주 듣는 얘기를 나타냈다 해도 ‘귀에 못이 박혔다’는 표현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못’ 역시 쇠가 아니라 굳은살을 나타내는 ‘못’이라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자주 닿는 곳에 굳은살이 박이듯 너무 자주 들어 귀에 굳은살이 생길 정도라는 의미이므로 똑같이 ‘귀에 못이 박이다’ 형태로 쓰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다.

일본에도 이와 비슷한 표현이 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하기도 한다. ‘耳(みみ)にたこができる’로, 역시 ‘귀에 못이 박이다’는 뜻을 갖고 있다. 여기에서 ‘못’은 쇠못이 아니라 굳은살(たこ)이다. ‘귀에 못이 박이다’는 우리 표현도 이것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이 관용구로 인정하고 있으므로 ‘귀에 못이 박히다’를 틀린 표현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귀에 못이 박이다’가 적절하지 않느냐는 의견에도 수긍 가는 면이 있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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