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날, 文 "秋결단 아니었다면 개혁 불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오후 6시 30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안을 재가(裁可)했다. 이날 오전 4시 10분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윤 총장 징계안을 의결한 지 14시간 20분만이다. 문 대통령의 재가로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헌정 사상 초유의 징계도 일단락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을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미애 장관의 사의 표명을 사실상 반려했다. 반면 윤 총장은 이날 결정으로 총장직에서 2개월간 물러났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을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미애 장관의 사의 표명을 사실상 반려했다. 반면 윤 총장은 이날 결정으로 총장직에서 2개월간 물러났다. 연합뉴스

2013년 윤 총장이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때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을 때는 같은 과정까지 13일이 걸렸다.

속전속결(速戰速決)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권력기관 개혁’ 합동 브리핑 직후 청와대를 찾아 문 대통령에게 직접 징계안을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징계안을 재가하며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고 말했다고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을 일단락 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로운 출발을 기대한다”라고도 했다.

징계안을 보고한 추 장관은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이에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공수처와 수사권 개혁 등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다”며 “시대가 부여한 임무를 충실히 완수해 감사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의 표명과 거취에 대한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 마지막까지 맡은 소임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단 반려다.

일각에선 추 장관의 사의 표명이 윤 총장에 대한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특히 문 대통령이 추 장관에게 “임무 완수”에 감사를 표하며 “숙고하겠다”고 답하면서 실제 법무부장관 교체 가능성도 열어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추 장관이 자진해 먼저 사의를 표했다”며 “중요한 개혁입법이 완수돼 본인의 소임을 다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추 장관에 대한 교체를 결정하더라도 후임자 인선 과정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장관직을 수행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해달라’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 국정원 검찰 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 총장과의 갈등이 심화되던 시점에 문 대통령이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 평가됐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 국정원 검찰 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함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 총장과의 갈등이 심화되던 시점에 문 대통령이 추 장관에게 힘을 실어주는 행보로 평가됐다. 뉴시스

문 대통령의 재가로 '정직 2개월'이 확정된 윤 총장은 당장 직무에서 배제된다. 앞서 지난달 24일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결정했고,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으로 윤 총장은 업무에 복귀했는데, 복귀 15일만에 다시 배제된 것이다.

한편 윤 총장은 이날 오전 “임기제 검찰총장을 내쫒기 위해 위법한 절차와 실체없는 사유를 내세운 불법 부당한 조치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과 법치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헌법과 법률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잘못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윤 총장 특별변호인 이완규 변호사가 밝혔다. 이번에도 법원에 징계 효력 집행 정지를 신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