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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의 경고 “지금은 경제 전쟁, 정치야 정신차려!”

중앙일보

입력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 EPA=연합뉴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CEO. EPA=연합뉴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지금은 경제 전쟁 상황”이라며 의회에 경고장을 날렸다. 15일(현지시간) CNBC 간판 프로그램인 ‘스쿼크 박스’ 전화 인터뷰에서다. 지난 여름부터 추가 경기부양책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정쟁 중인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백악관과 재무부에 강펀치를 날린 셈이다. 버핏이 매체에 등장한 것은 지난 4월 자신이 최고경영자(CEO)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지난 5월 연례 주주미팅 이후 처음이다.

버핏은 현 상황의 엄중함을 2차 세계대전에 빗대어 설명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수많은 업계가 타격을 받았고 기업들은 문을 닫았다”며 “지금도 그와 비슷한 상황으로 경제 전쟁이라 할 만하다”고 말했다.

CNBC에 출연한 워런 버핏. 전화 인터뷰이긴 했지만 지난 5월 이후 첫 공개 석상 등장이다. [CNBC 캡처]

CNBC에 출연한 워런 버핏. 전화 인터뷰이긴 했지만 지난 5월 이후 첫 공개 석상 등장이다. [CNBC 캡처]

전시 상황에 처한 경제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그가 지적한 것은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다. 버핏은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이 경제 전쟁의 무고한 피해자로 전락해 신음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런 상황을 지적하며 버핏은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부수적 피해)’란 표현을 썼다. 군사 작전 와중에 민간인 등 무고한 이들이 피해를 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CNBC 진행자가 “유명 투자자인 당신이 갑자기 왜 중소기업의 피해를 강조하나”라고 묻자 버핏은 “팬데믹으로 휘청이는 건 대기업, 특히 여행과 대중문화업계 기업들도 마찬가지지만 이들에겐 연방준비제도(Fed)가 있었다”고 답했다.

Fed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인하하고 회사채 매입까지 나서며 공격적으로 돈을 풀었다. 그 덕에 대기업과 주식시장의 숨통을 틔워줬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까지 그 온기가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버핏은 또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버텨준 덕에 경기가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며 중소기업 보호 전도사로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 나라의 경제는 수백만 명의 중소기업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며 “작은 식당이며 가게부터 소규모 기업을 꾸려나가기 위해선 수십 년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런 곳들이 정쟁으로 인해 추가 경기부양책 통과가 늦어지면서 한순간에 사라진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일갈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

제롬 파월 Fed 의장.

버핏이 추가 경기부양책을 시급히 통과시켜 실업급여프로그램(PPP)을 재가동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다.

PPP는 지난 3월 통과한 경기부양책에 따라 미국 중소기업청이 실행한 보증부 신규 대출 프로그램이다. 직원 수 500명 이하의 기업과 개인사업자 및 비영리단체가 수혜 대상이다. 직원 고용 비용 및 전기세 등 공과금과 함께 1%의 고정금리로 2년간 대출을 제공하는 게 골자다. 지난 3월 이후 PPP용 자금은 90% 이상 사용돼 고갈된 상태다.

미국 매릴랜드 주에서 지난 4일 무료 식량 배급을 받고 있는 이들. AFP=연합뉴스

미국 매릴랜드 주에서 지난 4일 무료 식량 배급을 받고 있는 이들. AFP=연합뉴스

추가 경기부양책 통과 여부는 코로나19의 재확산에 직면한 미국 경제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 중 하나다. 백신이라는 호재에도 최근 뉴욕증시가 주춤한 것은 의회의 정쟁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내셔널증권의 아트 호건 수석 전략가는 CNBC에 “지금 시장은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와 백신이라는 호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이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요소는 추가 부양책 협상 타결뿐”이라고 말했다.

버핏과 함께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도 '스쿼크 박스'에 출연해 추가 경기부양책의 통과를 종용했다. 솔로몬은 “지난 10년간 1만개의 소규모 기업을 선발해 지원을 해왔는데 최근 이들이 전하는 바를 들으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며 “추가 경기부양책이 통과돼 PPP가 재개되지 않으면 많은 소규모 기업들이 문을 닫아야 하고 이는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로이터=연합뉴스

5개월 넘게 의회에서 밀고 당기기를 했던 추가 부양안 협상도 끝이 보인다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여야 초당파 의원들이 기존 부양책을 쟁점 조항과 비(非) 쟁점 조항으로 나누고, 7480억 달러(약 819조원) 규모의 후자를 우선 처리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다. 이 비쟁점 조항에 포함된 게 PPP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의 낸시 펠로시 의장과 공화당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가 부양책 협상을 벌였다.

미국 경제는 최악의 겨울을 맞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미국 경제는 최악의 겨울을 맞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시장도 부양책 타결 희망에 반색했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NASDAQ) 지수는 이날 155.05포인트(1.25%) 상승한 1만2595.06, 대형 우량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47.13포인트(1.29%) 뛴 3694.62,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337.76포인트(1.13%) 오른 3만199.31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은 특히 4거래일 만에 첫 상승을 기록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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