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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ㆍ레스토랑 예약률 뚝, 미국 경제 최악의 겨울 다가온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적어도 이번 겨울은 최악의 추위를 겪을 전망이다. 사진은 로스앤젤레스의 수출용 컨테이너 옆에 나부끼는 성조기. AFP=연합뉴스

미국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적어도 이번 겨울은 최악의 추위를 겪을 전망이다. 사진은 로스앤젤레스의 수출용 컨테이너 옆에 나부끼는 성조기. AFP=연합뉴스

"끔찍한 숫자."

지난 4일(현지시간) 11월 미국 비(非) 농업 부문 고용 증가자 수(24만5000명)를 받아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반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서 조사한 시장 예상치(44만명)의 절반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노동시장 참가율(61.5%)도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하며 고용 회복세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날 미 뉴욕증시가 장중 또는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샴페인을 터뜨릴 상황이 아니다. 미국 경제가 최악의 겨울로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속속 쏟아지고 있어서다. 11월 고용지표가 최악의 겨울을 예고하는 신호탄인 셈이다.

지난 4일 한 구호단체가 생필품을 나눠주는 현장에서 10대 소녀가 주저앉아 있다. 증시는 과열됐으나 실물경기는 특히 저소득층에게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4일 한 구호단체가 생필품을 나눠주는 현장에서 10대 소녀가 주저앉아 있다. 증시는 과열됐으나 실물경기는 특히 저소득층에게 치명타를 날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경고음은 이어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괴로운 겨울이 다가온다”며 “경제 회복의 굿 뉴스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 속 올해 미국 경제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2분기(-32.9%)에는 1947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지난 3분기 33.1%(전분기 대비 연율)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1947년 이후 분기별 성장률로는 최고였다.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코로나19재확산세가 거세지며 4분기 성장률 전망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이코노미스트는 “분기로 따진 3분기 성장률은 7.4%였으나, 4분기에도 이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근거가 있다. 실물 경기의 온도를 측정할 수 있는 통계들이 한결같이 최악의 겨울을 가리킨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설명이다. 데이터 분석기업 STR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의 주요 호텔 예약률은 40%였는데, 이는 11월 초의 50%보다 10%포인트 했다. 식당 예약 사이트인 오픈테이블에 따르면 최근 레스토랑 예약 및 실제 방문 수치도 현저히 떨어졌다. 항공기 이용객 숫자도 뚜렷한 하락세다.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상황에선 단기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이런 통계가 유용하다”며 “3분기엔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폐쇄 조치가 완화되면서 미국 내 소비가 증가했으나 그 이후엔 비슷한 상승 동력 조치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재무장관 지명자로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을 소개하는 조 바이든 당선인. AP=연합뉴스

지난 1일 재무장관 지명자로 재닛 옐런 전 Fed 의장을 소개하는 조 바이든 당선인. AP=연합뉴스

춥고 고통스러운 겨울을 예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의회와 재정 정책이다. 코로나19의 확산 세 속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부양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밀고 당기기가 여전한 상태라서다. 부양책의 연내 타결 가능성 정도만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3분기와 같은 수준의 회복세는 언감생심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3분기 미국 의회는 미국 GDP의 14% 수준인 총 3조 달러에 해당하는 경기부양책을 통과시켰고, 이는 경기 회복에 크게 기여했다”며 “하지만 이번 추가 부양책은 합의도 못 하고 있는 데다 규모도 시원찮은 수준”이고 분석했다. 현재 민주당은 9000억 달러, 공화당은 5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테이블에 놓고 논의 중이다.

나홀로 환호성을 지르는 증시. 미국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황소상에 마스크 천이 씌워져 있다. AFP=연합뉴스

나홀로 환호성을 지르는 증시. 미국 월스트리트의 상징인 황소상에 마스크 천이 씌워져 있다. AFP=연합뉴스

그래도 겨울이 지나면 봄날은 온다. 봄바람에 실려 올 희망은 백신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백신이 상용화된다면 경제는 다시 일어설 것”이라며 “미국인의 약 40%가 내년 3월까지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다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측 분석이 맞는다면, 봄에는 희망을 가져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전까지 실물경기가 최악의 겨울을 맞이하고 저소득층에는 치명타가 될 우려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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